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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초강경 난민정책을 내세...'))
23일(현지시간)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초강경 난민정책을 내세운 정당들이 승리 내지 크게 약진했다. 잇따른 난민 강력범죄로 독일 내 반이민 정서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여론조사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맵의 설문에서 유권자들은 치안(18％)·사회보장(18％)을 최우선했으며 그 다음 이민(15％)·경제성장(15％) 순이었다. 독일 정계의 핵심 의제였던 환경·기후 정책을 중시한 유권자가 13％에 그친 반면, ‘외국인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는 55%였다. 특히 독일대안당(AfD)과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 지지자만 보면 이런 응답이 각각 89％·70％나 됐다.
이날 판세가 드러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독일과 미국에 대단한 날(great day)”이라며 반겼다. 이어 그는 “보수 정당이 매우 큰 기대를 모았던 선거에서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처럼 독일 국민들도 에너지와 이민 등 비상식적인 의제에 지쳤다. 독일 보수 정당이 향후 더 큰 승리를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구조사에서 CDU·CSU 연합이 약 29% 득표율로 제1당을 기록했다. 독일에서 가장 보수로 자처해 온 CDU지만 좌경화한 서유럽 기준임을 감안해야 한다.
이른바 ‘극우’ AfD 2위,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SPD) 3위 역시 예측됐던 바다. 트럼프의 핵심 측근 실세이자 독일에서 기업활동을 해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현지 주요 매체에 기고문(‘AfD가 독일의 미래’)을 내고 AfD 선거 유세장에 영상으로 등장해 힘을 실어줬다. 또 JD 밴스 미 부통령이 14 뮌헨안보회의에서 현지 기성 정치인들을 놀라게 할 만큼 유럽 현실을 비판한 후 바이델 AfD 공동대표를 따로 30분쯤 만나 거듭 충격을 안겼다.
CDU·CSU 연합은 ‘국경 완전 폐쇄’ 공약을 내걸었다. ‘(이민자) 재이주’를 상징적 구호로 내세워 제2당으로 올라선 AfD의 정책과 별 차이 없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가 ‘극우 정당과 협력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왔으나 관철될지 미지수다. 독일 정치권의 오랜 암묵적 합의인 이른바 ‘방화벽’(극우와 불상종) 금기는 이미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달 AfD 표를 합쳐 난민정책 결의안을 통과시켰을 때 ‘방화벽 파괴’ 비판을 받자 메르츠는 “이 문제에 있어서 난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앞만 본다”며 AfD와 사실상 부분적 협력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투표일 전날 베를린에서 펼쳐진 우파 집회엔 메르츠 대표와 바이델 대표가 어깨동무를 하고 “재통일”을 외치는 합성사진 팻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방화벽 사수’ 경향은 기성 정치권이나 ‘리무진 좌파’형 엘리트 계층일수록 강하다.
SPD·녹색당 등 좌파 정당들에선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이민정책 대전환을 주저하지만, 이주와 체류를 국가주권이 아닌 인권문제로 바라보는 이념적 이유가 더 크다. 메르츠 대표는 투표일 전날 마지막 선거 유세에서 “이민정책을 바꿀 준비가 안 된 정당과 연정을 꾸리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그의 초강경 난민정책에 동의한 정당은 AfD가 유일하고 유럽연합(EU)법과의 충돌이 지적되기도 한다. 이 모순된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지켜볼 일이다.
ARD방송 출구조사 결과 등에 기반해 나온 정당별 예상 의석수는 CDU·CSU 연합 208석, SPD 120석, 양측을 합해 재적 절반(315석)을 겨우 넘어선다. 그나마 이는 출구조사에서 4％대 득표율을 보인 자유민주당(FDP)과 극좌 정당인 자라바겐크네히트연합(BSW)이 의석을 1개도 못 가져갈 것을 가정했을 때의 구도다. FDP와 BSW가 득표율 5％를 넘기거나 지역구 299곳 중 3곳 이상 승리할 경우 의석을 배분받아 다른 정당 의석수을 줄일 것이다.
결국 좌우 대연정이 불가피한데 문제는 구체적인 구성이다. 메르츠 CDU 대표가 선거 기간 내내 SPD·녹색당을 연정 파트너로 언급했으나, 이들과 기후·난민·원전 등 거의 모든 쟁점에서 대립되며 무엇보다 자매정당 CSU에서 녹색당과의 연정을 강력 반대한다. 연정 협상 주도권을 쥐게 된 메르츠 대표는 “부활절(4월20일)까지 연정 협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난관이 클 전망이다.
바이델 AfD 대표가 “SPD·녹색당이 합류하면 또 (만기) 4년을 못 버틸 것”이라며 CDU·CSU 연합에 연정 협상을 요구한 가운데, 로베르트 하베크 녹색당 총리 후보는 CDU·CSU 연합과 SPD·녹색당의 ‘케냐 연정’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나섰다. 기존 숄츠 내각이 ‘신호등 연정’으로 불렸듯 이들 상징색이 케냐 국기와 비슷하다 해서 이런 이름을 벌써 등장시킨 것이다. 이에 죄더 CSU 대표는 “독일 유권자들이 케냐 연정이라는 명칭의 정부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친기업 성향 FDP가 들어간 3당 연정을 제안한 상태다.
티노 크루팔라 AfD 공동대표 또한 CDU·CSU 연합뿐 아니라 다른 정당과의 협상 여지까지 언급했다. 법적으로 제2당도 제1당과 별개 자체 연정 구성을 시도할 수는 있다. 좌우를 대표한 두 정당의 대연정이 옛 서독 시절을 포함해 네 차례 있었고 이 중 세 차례가 16년간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 때였다. 3당 연정은 2021년 총선 이후 처음 꾸려진 숄츠 내각인데 3년도 못 가 무너져 이번 조기총선을 치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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