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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기억을 통해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간다. 그러나 기억이 희미해진다면 우리의 존재와 사랑 그리고 인생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남겨질까?
소설 ‘은미’는 치매라는 잔인한 질병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기억의 풍경을 섬세하고 깊이 있게 탐구한다. 치매를 앓고 있는 주인공의 일상과 그를 둘러싼 가족, 특히 아내 ‘은미’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간 속에서 소중한 추억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주인공의 몸부림이 일상의 소중함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 준다. 특히 기억이란 기록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반고훈 작가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인 서사 구조와 미스터리한 구성을 통해 치매 환자의 의식 속을 직접 유영하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제공한다. 주인공의 파편화된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치매라는 질병의 복잡한 본질과 그로 인한 혼란을 체감하게 된다.
이 책은 제8회 ’디멘시아 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작이다. ‘디멘시아 문학상’은 치매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바로잡고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2017년부터 진행 중인 치매 관련 문학 공모전이다.
주인공의 파편화된 기억과 이상 행동은 치매가 얼마나 잔인하게 개인과 그 주변의 삶을 뒤흔드는지 생생히 보여주는 한편 책은 흐릿해진 기억의 끝자락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사랑의 흔적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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