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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협상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워싱턴DC로 날아갔다. 곧 키어 스타머 총리의 방미도 예정된 가운데 마크롱은 우크라이나 문제로 미국을 찾은 최초의 유럽 정상이 됐다. 전쟁 발발 3주년인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만난 마크롱은 유럽의 국방비 확대 필요성과 전후 안전 보장을 위한 유럽 평화유지군 파병 구상 등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은 트럼프의 기존 태도인 ‘우크라이나는 유럽 문제’ ‘유럽의 중심 역할 기대’가 부각돼, 조속한 평화 등 원론적 부분 외엔 근본적 입장차를 드러낸 자리이기도 했다. 유럽의 평화유지군 파병 계획에 반대하지 않으면서 조기 타결을 우선시한 트럼프에 비해, 마크롱은 전쟁 재발 억제를 위한 필수적 안전보장 조치를 역설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여러 중요한 이슈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의견이 같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게 지금이 (전쟁을 멈출) 적기이며 어쩌면 유일한 시기라는 점”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 미국·러시아 외무장관 회담을 언급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휴전해 궁극적 영구적 평화를 이루는 게 우리의 초점” “당장 살인을 멈춰 세계를 평화로 이끄는 게 미국·유럽·우크라·러시아 모두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강력하게 믿는다”며 전임 정부의 ‘우크라 지원’ ‘러시아 고립’ 기조를 꼬집었다. “무수한 사람을 죽게 한 어리석은 외교정책과 단호히 결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정리되면 모스크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러 갈 의사도 재확인했으나 러시아 전승절(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인 5월9일 방문 가능성 질문엔 “너무 이르다”고 대꾸했다.
마크롱은 “(정상회담에서) 측정·검증 가능하며 항구적 평화를 실현할 휴전 및 전쟁종식에 대해 길게 대화를 나눴다”면서 민스크협정을 거론했다. (휴지조각이 된) 민스크협정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며 “평화가 우크라의 항복이나 안전보장 없는 휴전을 의미해선 안 된다. 빠른 평화를 원하지만 약한 협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스크협정엔 서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넘기 어려운 간극이 있다. 우크라 내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위한 평화협정이었으나 목표를 달성 못한 채 우크라가 서유럽 도움 아래 재무장하기 위한 시간벌기였다는 게 러시아 측 시각인 반면, 서유럽에선 마크롱 말처럼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체결된 민스크1·2차 협정이 러시아의 우크라 재침공을 막지 못했다”고 본다.
평화유지군에 관해선 비교적 공감대가 뚜렷하다. 다만 마크롱이 지적했듯 “문제는 미국의 참여 여부와 기여 방식”이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개시 직전 취재진이 평화유지군을 언급하자 “문제 될 것 같지 않다”며 심지어 푸틴에게 관련 질문을 이미 했다면서 “그도 받아들일 것이다. (평화유지군이) 그에게 문제 될 게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 얘기가 나오자 “(유럽이)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할 것으로 생각치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우크라 재건’을 위한 지원을 묻는 취재진 질문 역시 그간의 안보 지원 사례를 들면서 빠져나갔다.
‘우크라이나 내 유럽평화유지군 배치를 러시아도 받아들일 것’이라는 트럼프 발언으로 관련 논의가 더 구체화할 수 있다. 1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8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났을 때는 “수용 불가” 입장이었으나 트럼프의 이날 전언대로 푸틴이 평화유지군 파병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평화협상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럽에 의한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문제에 영국·프랑스 정상이 가장 적극적이다. 유럽의 좌장이라는 자의식이 강한 나라들이다. 이들의 구상 속 평화유지군이란 분쟁 지역 아닌 곳에 배치돼 도시·항구·기간설비 등 주요 인프라 보호를 목표로 하며, 약 3만명 규모가 예상된다고 알려졌다. 우크라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국내 문제로 경황 없는 독일, 유럽 내 친러 성향 헝가리 등은 평화유지군 파병이 불필요한 긴장 관계를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이들 또한 입장을 바꿔 평화유지군 배치에 찬성하면 전 유럽 차원의 역할 분담이 이뤄질 수 있다.
마크롱은 “여러 유럽 동료들이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대러 억지력 보장”을 위해 “미국의 강력한 개입”을 희망했다. 최소한 정찰드론이나 미군의 첨단감시시스템 등을 활용한 실시간 정보 공유·감시, 보급품 지원 등에 나서 달라는 것이다. 이에 트럼프는 “유럽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미국의 구체적인 지원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미국이 평화유지군 활동에 일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이 계획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거나 현실화해도 기대한 만큼의 대러 억지력을 갖추긴 어려울지 모른다.
이밖에 마크롱은 회담에서 “유럽이 미국의 더 강력한 파트너가 되고 유럽 방위에 더 많은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밝혔다. 미·우 광물협정 체결 문제 이야기도 나왔다. 트럼프는 “최종 합의에 가까운 상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정 서명을 위해 이번 주나 다음 주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마크롱은 “(미·우 광물협정이) 우크라이나 주권에 대한 중요한 공약”이라면서 “(양국 간) 매우 중요한 (경제)이익의 일치”라며 지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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