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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황금연휴 기간에 국내 여행이나 소비보다 해외여행에 사람들이 몰리며 황금연휴가 의미 없어졌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시공휴일을 발표하면서 “국민들께서 모처럼 긴 연휴 기간 충분한 재충전 시간을 갖고 국내 여행과 착한 소비 활동 등을 통해 내수를 살리고 상생 분위기를 만드는 데 적극 동참해 달라”고 언급했던 것을 생각하면 임시공휴일 지정은 완전히 실패한 셈이다.
인용된 자료는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025년 1월 국내 여행 지표 추이 분석이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 여행 지표가 2023년 이후 크게 하락세를 탔고 2025년에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 관심도·계획률·실행률 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컨슈머인사이트는 해외여행에 대한 맹목적 선망의 해결 없이 국내 여행 활성화는 불가능하며 국내에서는 긴축 예산으로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따지기조차 어려운 여행을 하면서 해외여행은 몇 배를 지출하고도 만족스러워하는 빗나간 소비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국내 여행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인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제목 뽑기 좋은 문장을 자료를 제공하는 쪽에서 먼저 만들어 줬으니 기사의 헤드라인 중에서도 이를 이용한 경우가 많다. 독자들의 반응을 다 알 수는 없으나 일단 댓글 창을 보면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여행 선호 기조는 예전부터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특히 국내 여행지들의 바가지 물가나 불친절 등이 이슈가 되면서 국내 여행 갈 바에는 돈 더 내고 해외여행 간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고 지금도 이런 흐름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정말로 국내 여행이 가치가 없고 돈을 더 내도 해외여행이 더 만족감을 주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여행 만족도는 정량화된 수치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해외여행에 빠져 있다는 준엄한 비판도 딱히 효과는 없을 것이다.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국내 여행을 가거나 국내에서 돈을 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 소비는 이성적이지 않다. 사고 싶은 것을 사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면서 이뤄지는 게 소비다. 연휴에 여행 계획을 짜면서 ‘누가 예전에 국내 여행지들 다 별로라던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해외여행으로 선회하는 게 크게 이상한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돈을 쓸 때 딱히 사명감으로 돈을 쓰지 않는다. 일제강점기 물산장려운동마냥 국가를 위해 소비로 기여해야 한다는 의식이 퍼져 있다면 모를까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소비를 요구하는 것은 케케묵은 구시대적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국내 여행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퍼져 있는 상태에서 소비자가 국내 여행의 만족도 지표나 해외여행과의 비교 수치와 도표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다음 경제 활성화에 대한 사명감을 한 스푼 더해 대국적인 국내 여행을 결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환상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필요한 것은 국내 여행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관광 산업 종사자들의 뼈를 깎는 노력이다. 그동안 열심히 해 왔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핏대 높여 말한다고 하더라도 여행객들은 여전히 도쿄 타워 앞에서 사진을 찍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국내 여행에 대한 인식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투자와 노력이 부족했다는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소비자 탓을 할 게 아니라 국내 여행의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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