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돈줄 끊어라”… 중동 테러단체 고사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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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원유 팔아 헤즈볼라·하마스·후티 지원
수출 91% 중국행… 작년 1분기 48조 원어치 거래
美, 對中수출 유령사 공개… 국제네트워크 제재 본격화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11 17:02:00

▲ 헤즈볼라의 배후인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기 출범하자마자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인 '돈줄 끊기'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 1월 취임한 레바논 신임 대통령 조셉 아운 전 육군참모총장. 연합뉴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이 ‘레바논 정부의 무장해제 요구’를 일축했다. 10일(현지시간) 헤즈볼라 선전 매체 알마나르에 따르면 나임 카셈은 전날 인터뷰를 통해 “무기독점 관련한 대통령 발언이 우리를 겨냥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자의적 해석을 드러냈다. 또한 자신들을 “이스라엘을 레바논의 위협으로 여기는 저항 세력”이라고 자리매김하면서 “레바논을 계속 보호할 권리”를 주장했다. 작년 이른바 ‘무선기 동시 폭발’과 지도자들 암살을 겪어 헤즈볼라는 영향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카셈은 헤즈볼라가 2023년 10월~작년 11월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도와 이스라엘과 싸운 것을 들어 “상처 입었고 희생을 치렀다”면서도 “적 역시 큰 군사적 경제적 손실을 봤으며 시온주의자(이스라엘) 군인 수도 줄었다. 저항은 계속된다”고 말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레바논 신임 대통령 조셉 아운 전 육군 참모총장이 1월 취임 연설 때 (헤즈볼라가 가자전쟁 중인 하마스를 돕느라) 피폐해진 국가 재건과 법치 바로세우기를 강조하며 “정부의 무기독점 권리”를 선언했다. 미국과의 관계 증진을 희망하는 방향성이기도 하다.

레바논엔 무슬림 인구가 약 70%지만 기독교인(마론파) 대통령, 무슬림 총리(수니파), 국회의장(시아파) 체제를 1943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할 때부터 유지해 왔다. 의회 의석이 종교별 인구 규모에 따라 배분되며 의회 표결로 대통령을 뽑는다. 다만 독립 당시와 달리 팔레스타인 난민 유입에 따른 무슬림 인구 급증으로 의석수 조정 요구가 불거져 1989년 전체 의석을 확대(128석)해 현재 기독교·이슬람교 의석 64:64다. 대통령 선출이 종파 간 불협화음으로 열두 차례나 무산돼 2년간 공석이었으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과 가자전쟁 판세를 보며 친(親)헤즈볼라 후보가 사퇴하면서 친미 아운 대통령 취임이 이뤄졌다.

제도권 정당이자 지난 40여 년 ‘반미’ ‘반이스라엘’ 깃발 아래 자국 정규군보다 강력한 무력을 과시해 온 헤즈볼라 배후에 이란이 있다. 트럼프 세계전략의 주요 일부인 중동평화를 위해 레바논 정세가 어떻게 다뤄질지 주목된다. 미 민주당 리버럴 글로벌리스트와 공화당 네오콘의 합작품으로 평가되는 기존 중동 구도의 재편이 트럼프 구상이며 이는 ‘이란 힘 빼기’로 요약된다. 우크라이나전쟁 수습과정에서 러시아를 끌어안음으로써, 우호관계에 있던 이란과 분리시키는 효과까지 노린다.

중국과 더불어 전 세계 반미 전선 핵심축인 이란의 돈줄을 끊겠다는 게 트럼프의 일관된 행보다. 8일 미 국무부가 이란산 에너지 수입국인 이라크의 제재면제 혜택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10일 AFP통신, 이란 국영 프레스TV 등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의 브리핑을 전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미국의 제재에 대해 “불법 행위이자 반인도 범죄”라고 목소리 높였다. “강압이나 괴롭힘·압력에 기반한 협상 접근법이 우리 이란에겐 무의미함을 이미 명확히 했다”며 저항지속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는 이란을 “신뢰 못할 에너지 공급자”로 지목했고, 이라크정부를 향해선 “가능한 한 빨리 이란 에너지 의존을 없애라” 촉구했다. 국무부에선 이란 수입전력이 이라크 소비량의 4%에 불과하다며 이번 결정의 의미를 부각시키지 않았으나 수십년째 경제난 중인 이란으로선 뼈아픈 손실이다. 이란은 “불법적 행위” “반인도적 범죄”라며 비난하지만 대책이 안 보인다.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으로 미국·러시아가 관계 개선을 하면서 이란은 오랜 우호국인 러시아를 활용하기도 어려워졌다.

핵이란에 반대하는 연합(UANI)에 따르면 2024년 이란의 원유 수출 91%가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은 미국 제재를 피하고자 이란산 원유를 다른 나라 석유로 위장해 수입하는 운송망을 구축했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작년 1분기 이란의 석유 수출량이 6년 만에 최고치인 358억 달러(약 48조8000억 원)나 됐음을 이란 관세 당국 자료가 보여준다. 이들 석유판매 수익으로 하마스·후티(예멘)·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것이다. 트럼프는 2기 출범하자마자 이란 제재를 본격화했다.

대통령 서명의 안보각서에 의거해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지난달 초 보도자료를 통해 이란산 원유의 중국 수출에 관여한 국제 네트워크를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OFAC은 유령회사 세페르 에너지 등 중국·인도·아랍에미리트(UAE) 등 여러 관할구역의 단체와 개인, 유조선박을 제재대상 목록에 올렸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도 성명에서 “이란 군대와 테러단체에 들어가는 불법자금 흐름을 차단할 것” “문명세계를 위협할 핵무기 개발과 불안정 조성 활동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