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잇단 기록적 관세율 부과 이후 미국·중국 무역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남미 아르헨티나 매체 페르필이 16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아르헨티나에서도 진행 중이라는 점을 짚었다. 천혜의 조건으로 통하던 미국의 지리적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 좌우에 대서양·태평양, 위아래로 동일 체제인 캐나다나 약체 국가들뿐이었으나 이젠 동서남북 모두 중국의 그림자가 뚜렷해졌다. 캐나다 내 중국발 이민이나 대(對)중남미 투자 현황이 중국의 군사적 증강 못지 않게 미국의 위협으로 인지되기 시작했다.
미 트럼프 정부 관세협상 수장으로서 수십개국 대표들과의 면담을 소화해 나가야 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바쁜 와중에도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을 면담하고 밀레이정부에 대한 트럼프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를 전달했다. 베선트는 본래 민주당 지지자이자 금융전문가로서 조지 소로스와의 인연도 깊었던 인물이다. 베선트가 공화당, 심지어 트럼프정부에 합류한 것은 몇몇 놀라운 전향 사건의 하나로 통한다.
그런 베선트가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레이를 만났다. 중국과의 거리두기야말로 관세협상 핵심 키워드의 하나임을 밀레이가 얼마나 절실하게 인식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베선트의 아르헨티나 '깜짝 방문'이 '미국 뒷마당'인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의식한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시각은 이제 별로 새롭거나 음모론적으로 들리지 않을 만큼 보편적이다.
베선트는 아르헨티나 방문길에 언론인터뷰를 통해 이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 중인 중국을 비판했다. 블룸버그 인터뷰 때 그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어났던 것 같은 일을 여기선 피하고자 한다"며 "중국이 원조 명목으로 여러 약탈적 협정을 맺어 광산권을 빼앗는 등 이들 국가의 대차대조표에 엄청난 부채를 추가했다"고 꼬집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그 연장선에서 일어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중국과의 협력이 한때 개발도상국에게 희망의 기회로 인식된 바 있으나 스리랑카 등 파단 사례가 알려지면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베선트 발언에 중국 측은 즉각 반박했다. 아르헨티나 주재 중국대사관이 성명에서 베선트 장관의 "중국에 대한 악의적인 명예훼손과 비난"에 깊은 불만을 드러내면서 "그의 발언은 허위이며 은밀한 목적을 가지고 중국과 아르헨티나,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에 불화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의 아르헨티나 일정 직전 일각에선 아르헨티나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인 금융지원 발표를 위한 방문이라고 추측됐으나, "그럴 계획 없다"는 이날 베선트 장관 본인의 말로 부인됐다. 현지 언론에선 중국과 비교하기도 했다. 아무 조건 없이 아르헨티나에 179억 달러(26조 1600억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1년 연장해 준 중국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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