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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국 간 통화스와프가 마련되지 않는 한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인출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2일 공개된 로이터·BBC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통화스와프가 없는 상황에서 3500억 달러를 모두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하는 세부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혈맹 간에는 최소한의 합리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지만, “이 불안정한 상황은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며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최근 한미 간 경제 현안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문제다. 미국은 한국이 대규모 투자 약속을 통해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 협력과 고용 창출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이를 통화스와프 없이 전액 현금으로 집행하라는 식으로 압박하면서, 한국 내부에서 “비상식적이고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다만 미국과의 동맹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혈맹 간에는 최소한의 합리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협력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동시에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하는 세부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즉, 한국의 투자 부담이 일방적으로 커지지 않도록, 투자 방식·분담 구조·환율 안정 장치 등이 포함된 합리적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겉으론 일방 강제 같지만 실제론 조건부 제안”
법무법인 슈가스퀘어의 김저스틴 미국 변호사(뉴욕·워싱턴DC)는 이번 협상 구조를 “조건부 선택”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협상은 단순한 경제적 셈법이 아니라 미국 헌법 체계와 국제통상 규범이 동시에 작동하는 법적 구조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결국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대한민국에 미칠 제도적 효과를 좌우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겉으로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거나 한국에만 부담을 지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 구조는 ‘상호 관세’라는 명분과 ‘투자 확대’라는 대안을 제시한 뒤 최종 선택을 한국에 맡기는 조건부 제안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는 미국 헌법상 연방정부가 주정부를 직접 강제하지 않고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유도하는 구조와 유사하다. 강제가 아니라 조건부 선택이라는 점에서 법리적으로 맥락이 같다”고 덧붙였다.
국제통상 규범과의 연계성도 짚었다. 그는 “WTO 협정상 일방적·보복적 관세는 원칙적으로 제한되지만, 미국은 ‘상호주의’라는 명분을 내세워 합리성을 주장할 수 있다”며 “다만 실제로 WTO 분쟁해결절차(DSU)에 회부된다면 정당성이 인정될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또 “한·미 FTA의 관세 규범과 투자 조항이 이번 논의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협정 위반 논란이 불거진다면 한국은 국제중재나 WTO 제소를 통한 대응 방안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호 관세 25%’ 조치에 대해서는 “명분상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어서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양국 시장 규모가 다른 만큼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더라도 한국 쪽에 훨씬 더 큰 법적·제도적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아쉽고도 부담스러운 현실이지만, 법적으로는 선택권이 한국 정부와 기업에 있다”며 “관세를 감수한다면 WTO·FTA 규범상 쟁점을 검토해야 하고, 투자를 택한다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과 제도적 후속 효과를 관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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