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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연이은 노벨상 수상에 환호하고 있다. 6일 노벨생리의학상 사카구치 시몬(74) 오사카대 특임교수에 이어 8일 화학상 수상자 3명 중 1명이 기타가와 스스무(74) 교토대 특별교수로 선정되자 일본 열도가 재차 열광에 휩싸였다. NHK 등 현지 방송 등 언론에선 이날 속보로 “기쁜 소식”을 전했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노벨화학상 수상은 2019년 화학기업 아사히카세이의 요시노 아키라 박사 이후 6년 만이며 9명째다.
요미우리·아사히·니혼게이자이(닛케이) 등 주요 일간지가 이틀 전 사카구치 교수의 생리의학상 때처럼 기타가와 화학상 수상 관련 기사를 홈페이지 최상단에 배치했다. 요미우리·아사히는 6일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저녁 호외를 발행했으며 닛케이에선 기타가와 교수 수상을 “탁월한 통찰력과 직감을 통해 이룬 위업”으로 짚었다. 교토대 공대 석유화학과 출신인 기타가와 교수가 만들어낸 분자 크기의 무수한 구멍을 가진 다공성(多孔性) 재료는 세계 최초다. 수상 이유인 ‘금속·유기골격체’(MOF)가 천연가스 저장과 온실가스 분리 등 여러 분야에서 응용이 기대를 모은다고 전해진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독창적 발상에 의한 진리의 발견이 세계로부터 인정받아 자랑스럽다”며 “우리나라(일본) 연구력의 탁월함이 평가받은 게 국민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바가 선거 패배 후 지난달 중순 사임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이달 중순 임시국회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새 자민당 총재로 총리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1980년대 말 ‘(경제)거품 붕괴’ 이래 ‘잃어버린 10년’은 어느새 ‘잃어버린 30년’이 됐고 전후 고도성장을 이끈 자민당의 인기 역시 끝장난 듯 보였다. 사회 전반의 활기 및 중산층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하게 거론돼 온 차에 연이은 노벨상 수상이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거리 시민들 반응 또한 전형적이다. 교토대 근처 역앞에서 취재진에 답하는 젊은이들이 입을 모아 “자랑스럽다” “본받아 열심히 하고 싶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의 노벨상 관련 기사엔 기초과학 연구를 묵묵히 지켜 온 두 교수에 대한 찬사의 댓글이 속속 올라왔다. “미국으로 떠난 과학자가 많은데 오사카대·교토대 교수들이 노벨상을 받았다니 대단하고 감사하다”는 댓글에서도 그간의 일본 사회 침체 분위기를 엿보게 한다.
이들 두 대학 모두 일본 서부의 명문 국립대다. 댓글엔 “국력의 기반인 기초과학이 경시돼 왔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연구해 온 선생님들께 고개가 수그려진다”는 소감, 일본 정부가 노벨상 수상에 기뻐하지만 말고 기초과학 연구비 등을 늘려야 한다는 촉구도 있다.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사카구치 교수의 경우 기타가와 교수 수상 소식에 “나이가 비슷해 공감하는 면이 있다”며 “활발히 연구할 젊은이를 어떻게 늘릴지 협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차세대 연구자 확보란 진지한 학자들에게 공통된 관심사다.
일본에서 태어나 외국 국적을 취득한 3명을 포함해 일본의 개인 내지 단체가 노벨상을 탄 것이 이로써 30번째다. 단체 수상자는 작년 평화상을 수상한 원폭 피해자 단체인 ‘일본피단협’(일본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1곳이다. 외국 국적 취득자를 아우르면 한 해 2명 이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5번째로 생리의학상·물리학상 수상자 각 1명이던 2015년 이후 10년 만인 셈이다.
일본의 역대 노벨상 수상은 물리학상 12번, 화학상 9번, 생리의학상 6번, 문학상 2번, 평화상 2번(개인 1명, 단체 1곳)이다. 경제학상 부문만 아직 수상자를 못 냈다. 고도성장시대 기초과학 투자가 2000년 이후 크게 결실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2000∼2002년 일본 학자가 3년 연속 노벨화학상을 받았고 2002년 화학상·물리학상 수상자를 동시 배출했다. 2008년엔 외국 국적 취득자 1명 등 일본인 4명(물리학상 3명, 화학상 1명)이 동일 연도 노벨상에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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