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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수일가의 경영·지배력은 여전히 강한 반면, 감시·견제 장치의 실효성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특히 총수 일가가 등기이사보다 법적 책임이 가벼운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한 점이 지배구조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신규지정 5개 집단과 특별법상 단체인 농협을 제외한 86개 집단, 총 2994개 소속회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자료를 분석했다.
올해 총수가 있는 77개 집단의 2884개 소속회사 중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518개로 전체의 18.2%를 차지했다. 총수 일가 이사 수는 전체 등기이사의 7.0%로, 2021년 5.6%에서 지속 증가했다. 특히 부영, 영원, 농심 등 일부 집단은 총수 일가의 등기이사 참여 비중이 높아 책임경영 강화 흐름이 일부 확인됐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다중 겸직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총수 일가 1인당 평균 등기이사 직함은 2.2개였으며, 총수 본인은 평균 2.8개, 2·3세는 평균 2.6개 직함을 갖고 있었다. 부영은 한 사람이 평균 7.8개의 이사 직책을 맡아 조사 대상 중 최다였다.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등재된 비율도 87% 이상으로 실질 권한이 총수 일가에 집중되는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미등기임원 증가가 올해 지배구조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는 198곳으로 지난해 대비 비중이 5.9%에서 7.0%로 확대됐다.
특히 상장사의 총수 일가 미등기임원 비율이 23.1%에서 29.4%로 6.3%p 급증해 우려를 낳았다. 미등기임원은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면서도 상법상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권한은 있으나 책임은 적은’ 구조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투명성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총수 일가가 보유한 미등기임원 직책 259개 중 절반이 넘는 141개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집중됐다. 감시 사각지대에서 총수 일가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공정위는 관련 동향에 대한 면밀한 감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사회 운영 측면에서는 사외이사 비율이 상장사 평균 51.3%로 법정기준(44.2%)을 크게 웃돌았다. 비상장사 중에서도 4.4%가 자발적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견제 장치 강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사외이사 비율이 늘어났음에도 이사회 안건의 원안 가결률은 여전히 99%를 넘어 실질적 감시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중 부결 및 수정 의결 비율이 가장 낮은 수준(0.38%)에 그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이 낮고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회사일수록 원안 가결률이 떨어지는 경향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총수가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을 비교하면 사외이사 비율, 비상장사 사외이사 선임 수준, 이사회 안건 다양성 등에서 총수가 있는 집단의 독립성이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사회 내 위원회 운영 현황에서는 ESG위원회 설치율이 5년 사이 17.2%에서 57.3%로 크게 증가하며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강화 의지가 반영됐다. 그러나 보상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설치 비율은 총수가 있는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낮아 경영진 보수·내부통제 부문에 대한 감시 기능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수주주 권리 측면에서는 집중·서면·전자투표제 도입률이 88.4%에 달해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실제 집중투표제 실행 건수는 3년째 1건에 머물렀고 전자투표 행사 비율도 1%대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홍보 강화와 주주 참여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개정된 상법으로 독립이사 제도 도입, 사외이사 의무 비율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 강화 등의 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향후에도 지배구조 자료를 지속적으로 공개해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기업의 자발적 구조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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