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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처방을 앞세운 사무장병원들이 특정 도매상과 약국을 묶어놓고 수십억 원의 리베이트를 돌린 일이 경찰에 포착됐다. 병원과 약국 사이의 불법 지원금을 금지하는 조항이 신설된 뒤 첫 적발 사례라는 점에서 사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다이어트 전문 병원 3곳을 운영하며 제약사와 약사에게서 21억 원가량을 챙긴 일당 14명을 검거했했다고 밝혔다. 이 중 4명은 의료법과 약사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도매상과 약사 7명도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병원과 약국을 아예 같은 건물에 붙여놓고 운영했다. 약국은 일반 의약품은 아예 취급하지 않고 병원에서 나온 다이어트 처방약만 조제했다.
그리고 조제 수익의 절반을 병원에 넘기는 방식으로 돈을 나눴다. 병원과 약국이 이 구조를 통해 챙긴 돈은 16억 원. 제약사도 약 처방을 유지해달라는 조건으로 5억 원 상당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을 처음 기획한 사람은 다이어트 병원 근무 경험이 있던 의사였다. 다이어트 병원 수익이 결국 마케팅에 달렸다는 점을 노리고 마케팅 업자들과 손을 잡아 사무장병원 3곳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비급여 진료만 취급하고 요양급여 청구를 피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했다. 내부 고발을 막기 위해 직원들에게 비밀 준수협약까지 받았다. 명동에서 시작한 병원이 성공하자 강남과 구로로 확장하기도 했다.
처방약도 유명 다이어트 병원의 패턴을 그대로 모방해 단계별로 묶어서 일괄 처방했다. 특히 식욕억제제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최대 용량으로 내리 처방해 일부 환자에게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수사 과정에서 병원 금고에서는 주 단위로 모아 놓은 현금 봉투가 그대로 발견됐다. 정산 자료와 계약서, 진료 기록을 확인해 돈의 흐름도 경찰이 모두 파악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새로 만들어진 병원 지원금 방지 규정이 실제 적용되는 첫 사례라 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개정됐으며 약사법, 의료법 모두 개정 절차를 거쳤다. 의료법의 경우 제23조의5에 3항을 신설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자를 포함)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약사법 제24조의2에 따른 약국 개설자로부터 처방전의 알선·수수·제공 또는 환자 유인의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 등을 요구·취득하거나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받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다.
개정된 법안의 경우 의료법과 약사법 모두 처방전 제공이나 환자 유인을 목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그리고 면허 정지까지 가능하다.
그동안 이 조항은 실효성 논란이 컸다. 의사와 약사가 서로 합의하고 조용히 거래를 하면 적발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약사회는 아예 불법 지원금 신고센터를 열어 지원해왔으나 성과는 크지 않았다.
이번 첫 적발 계기로 앞으로 실제 처벌이 어느 수준으로 이어질지 의료계와 약사사회 모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병원과 약국 간 지원금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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