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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잠수함 시대의 문을 연 ‘1번 잠수함’ 장보고함(SS-061)이 19일 마지막 항해를 마치며 34년간의 대장정을 끝냈다. 1992년 취역 이후 지구 15바퀴를 넘는 34만2000마일(약 63만km)을 항해하며 대한민국 해양주권 수호의 최전선에서 임무를 수행해온 장보고함은 올해 말 공식 퇴역 예정이다.
장보고함의 마지막 항해는 그 자체로 상징적이었다. 1990년대 초 독일 HDW조선소에서 인수·훈련 과정을 책임졌던 안병구 초대함장(예비역 준장)과 당시 무장관, 주임원사 등 인수요원 4명이 승조원들과 함께 진해군항에서 바다로 나갔다. 2시간가량의 짧은 항해였지만, 장보고함이 부두에 입항하자 주변에 정박한 모든 잠수함들이 기적을 울려 마지막 임무를 맞이하는 선배 함정에게 경의를 표했다.
안병구 초대함장은 “장보고함 이전까지 대한민국 바닷속은 미지의 영역이었다”며 “무(無)에서 유(有)를 만든 개척정신이 오늘의 잠수함 전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장보고함은 대한민국 해군 최초의 잠수함으로, 통일신라 장보고 대사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1988년 독일에서 건조를 시작해 1992년 인수, 1993년 취역한 뒤 올해까지 동·서·남해를 누비며 우리나라 잠수함 작전 능력의 기초를 쌓았다.
주요 기록만 보더라도 대한민국 수중전력의 ‘발판’이자 ‘교본’이었다. △1997년 하와이 파견훈련: 1만 마일 단독항해 성공, 장거리 잠항능력 입증 △2004년 환태평양훈련(RIMPAC): 미 항공모함 등 30여 척을 상대로 단 한 번도 탐지되지 않고 모의 공격 성공 △2013년 Silent Shark·2016년 PAC-REACH 등 국제 잠수함 훈련 모두 참가 △2011년·2019년 각각 안전항해 20만 마일, 30만 마일 돌파 등이 있다.
장보고함의 존재 자체가 한국형 잠수함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보고함을 시작으로 해군은 장보고급 9척을 운용하며 수중전력 기반을 마련했고, 이후 잠수함사령부 창설(2015년), 3,000톤급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등장까지 이어졌다.
이제권 마지막 함장은 “장보고함은 대한민국 잠수함 역사의 ‘초석’이었다”며 “침묵 속에서 나라를 지키는 수중전력의 정신을 승조원 모두가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장보고함은 2023년까지 작전임무를 수행한 뒤 2024년부터 훈련함으로 전환됐다. 잠수함승조원 양성, 장비 정비팀 훈련, 승조원 자격 유지 등 실질적 교육 임무를 맡으며 마지막까지 현역 함정 못지않은 역할을 해냈다. 34년의 세월은 잠수함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흐름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해군은 올해 말 장보고함의 공식 퇴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보고함의 마지막 입항 이후 잠수함사령부는 부대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 행사를 열고 마지막 항해에 사용된 태극기에 초대·마지막 함장의 서명을 남겼다. 이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대한민국 잠수함의 시작을 기억하는 상징물로 남게 된다.
행사에 참석한 해군 관계자는 “장보고함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잠수함의 역사였다”며 “수중전력의 출발점을 기억하는 것은 미래 전력의 방향을 세우는 일”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대한민국 잠수함 부대를 만든 ‘장보고함 생애’에 대해 △1988년 독일 HDW 조선소 건조 시작 △1991년 진수 △1992년 부대 창설·인수 △1993년 대한민국 첫 잠수함으로 취역 △1997·2004·2013·2016년 주요 해외훈련 전원 참가 △2011·2019년 안전항해 20만·30만 마일 돌파 △2024년 훈련함 전환△2025년 11월 19일 마지막 항해 등이 있다.
장보고함의 퇴역은 단순한 함정 1척의 은퇴가 아니다. 한국 해군이 이제는 3,000톤급 잠수함을 운용하고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능력까지 확보한 오늘의 기반은 모두 장보고함에서 시작됐다. 침묵 속에서 바다를 가르며, 보이지 않는 전장을 지켜온 장보고함. 34년 항해의 끝은 대한민국 수중전력이 또 다른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조용한 이정표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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