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과 함께 부과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체납액이 2020년 이후 50억 원을 넘어섰지만, 한국전력공사가 이를 강제징수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금을 성실히 납부한 이용자와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 기금 재정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어 체납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기후환경에너지노동위원회 소속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은 체납자는 총 14만 8,692명, 체납액은 52억 9,000만 원에 달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전력 기술 연구개발(R&D) 등 전력산업 발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사용자에게 부과되는 부담금으로, 전기요금 청구서에 부가가치세와 함께 자동 합산돼 징수된다.
법령상 부담금을 포함한 전기요금을 미납할 경우 국세 체납에 준해 강제징수할 수 있다. 그러나 한전은 최근 5년간 관련 강제징수 절차를 단 한 건도 진행하지 않았다.
월 요금이 100만 원 이상인 고액 미납자에 대해서는 법원에 전기요금 지급명령을 구하는 등 법적 조치에 나설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감소세다. 한전의 법적 조치 건수는 2021년 402건에서 2025년 197건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징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회계상 '대손 처리'한 건수는 지난해에만 11만 3226건(5억 9355만 원)에 달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약 5억 7776만 원이 공중에 사라졌다.
대손 처리는 체납자가 폐업·파산했거나 소재 불명인 경우, 또는 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 이뤄진다. 전기요금 미납자 다수가 지급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는 이유로 소멸시효까지 방치됐다가 대손 처리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 측은 부담금 및 전기요금 미납의 원인으로 "거시경제 악화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지급 능력 약화"와 "전기요금 누적 인상에 따른 부담 가중"을 꼽았다.
하지만 기금 자체의 재정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올해 기금존치평가에서 중기 가용 자산이 적정 규모를 크게 밑돌 것으로 평가받았다. 과거 가용자산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부담금 요율을 인하(3.7%→2.7%)한 데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이 확대되면서 기금 소모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박수민 의원은 "성실 납세자와 체납자를 구분해 관리하도록 법에 강제징수 규정이 마련돼 있음에도 한전이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소멸시효가 지나면 대손 처리하면 된다는 식으로 손 놓지 말고, 시효가 남은 미수납액에 대해서는 최대한 회수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