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의 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길고양이가 잔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는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아직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동안 고양이 살해, 학대, 비품 도난·협박 사건이 캠퍼스 내에서 지속 발생하고 있어 학생들의 불안감은 더해가고 있다. 반면 학교 측은 학생안전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대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한동냥’과 동물권단체 ‘케어’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한동대 캠퍼스에서 고양이 3마리 사체가 연속 발견됐다. 살해당한 고양이들은 나무에 목이 매달려 있거나 폭행을 당해 상해를 입은 상태였고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방치돼 있었다.
한동대서 한 달 새 고양이 3마리 사체 연속 발견…“길고양이 돌봄 중단” 협박도
지난 2월 17일 캠퍼스 내 기숙사인 비전관과 비전벤치 사이에서 큰 상처 3곳과 출혈이 발생한 상태인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전문가 소견 결과 독극물 섭취가 사망 주원인으로 추정됐다. 열흘 뒤인 27일에는 캠퍼스 야외공연장쪽 맘스키친 입구에서 철거 경고문과 함께 사료통·포획틀 등의 물품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
고양이 살해사건은 이달 들어 두 차례나 더 발생했다. 지난 13일 비전관 옆 와이어에 묶인 채 6m 높이로 나무에 매달려 있는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데 이어 15일에는 한동대 비석 앞 활주로(학교 진입하는 큰 길) 한 가운데서 초록색 줄과 함께 고양이 사체가 또 다시 발견됐다. 이 사건은 현재 포항 북부 경찰서에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학생들에 따르면 이들 사건 외에도 다수의 길고양이들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이들 길고양이들도 살해·학대 등의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동냥에 따르면 잔혹한 형태의 길고양이 살해·학대 사건은 지난해부터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9년 8월 5일 에벤에셀(강의동)과 비전관 사이에서 덫에 걸린 채 움직이지 못하는 고양이 발견 △8월 11일 한동냥의 모든 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협박문과 함께 고양이 겨울집과 급식소 등의 물품 파손·도난 발생 △8월 28일 맘스(학생식당) 앞 풀밭에서 앞발 절단된 고양이 발견 △8월 31일 비전 손수레 옆에서 앞발 절단된 고양이가 발견됐다..
같은 해 9월 5일에는 캠퍼스 활주로에서 태반에 쌓인 고양이 태아 사체 5구와 날카로운 것으로 잘린 성묘의 귀 2쪽이 발견됐다. 당시 학생들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어 전문가 의견을 구한 결과 고양이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또한 캠퍼스 내 고양이 겨울집과 급식소 등에서 물품 파손·도난 사건이 5차례 반복해 발생하기도 했다.
한동냥 소속 한동대 학생인 K씨는 “고양이들 사체는 대부분 학생들에 의해 발견돼 학생들이 많이 놀란 상태다”며 “범인이 학생들에게도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찰에서도 조심할 것과 위험한 곳에 가지 말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학생은 “작년에도 이 같은 잔혹한 사건들이 있어서 학생들이 불안해하면서도 조심했었다”며 “하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다”고 전했다.
현재 경찰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연쇄 살해·학대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살해당한 고양이들이 나무에 목이 매달려 있거나 상해를 입은 상태에서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방치되는 등 범행수법이 대담하면서 잔혹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동대 학생들도 적극적인 범인잡기에 나섰다. 한동냥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한동냥에서는 온라인, 언론 등에 본 사건을 공론화함으로서 사회적 관심을 통한 빠른 해결을 계획하고 있다”며 “한동대 길고양이 연쇄 살해사건과 관련한 어떠한 제보라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생명을 경시하는 동물학대는 중범죄이자 인간을 향한 범죄의 전조다”며 “심화되는 사건의 잔혹함으로 인해 한동냥 회원 뿐 아니라 한동 캠퍼스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지역사회 관련 온라인 카페 등에도 사건내용과 현장사진들이 게재되면서 학생들의 안전과 조속한 범인검거를 촉구하는 댓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고양이 사체 사진을 보면 참담하다”는 반응과 함께 반려인들과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며 여론화 되고 있는 추세다.
반려인·네티즌 공분 속 ‘범인잡자’ 여론화…“학생안전·대책마련 필요”
동물권단체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케어의 김경은 사무국장은 “학생들로부터 ‘범인을 잡게 도와달라’, ‘제보를 받고 싶다’는 부탁이 와서 케어 SNS에 관련글을 올린 상태다”며 “글을 올리면 많은 사람이 공유해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아 목격자 등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동물 살해·학대 등 잔혹 범죄가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면서 학생들의 안전과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학교 측의 적극적 대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학계에서는 동물학대가 학교폭력·가정폭력 등 대인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쇄 살인범 강호순의 경우 개 사육장을 운영하며 잔혹하게 도살하는 등 동물학대 성향을 보였다. 유영철은 개를 상대로 살인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영학 역시 기르던 개 6마리를 망치로 때려 살해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동대 측은 범행수법이 지난해에 비해 올해 들어 더 잔혹해 지는 등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데도 실태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동대 한 학생은 “범인이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지만 학교 측은 순찰 강화 등 가시적인 조치가 없다”며 “사체를 직접 발견한 학생들의 경우 많이 놀랐는데도 심리치료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 동물권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며 “학교 측에서도 CCTV 설치나 순찰강화 등을 통해 학생안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학교 측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강화 목소리도 높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미국·영국을 비롯한 서구권 국가들의 경우 동물학대 범죄 형량이 높은 편이며 실제 집행까지 이어진다.
미국 법원은 2015년 강아지를 트럭에 매단 채 1.5km나 운전해 강아지에게 상해를 입힌 한 남성에게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10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했다. 반면 2012년 우리나라는 이 사건과 비슷한 일명 ‘악마의 에쿠스’ 사건으로 고속도로에서 차에 매달려 끌려가던 개가 사망했지만 운전자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남성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동물학대 범죄의 잔혹성은 더해 가는데도 처벌은 가볍기만 하다”며 “학대자가 동물을 다시 키워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동물학대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많은 국가들은 동물학대 범죄를 아동학대 범죄만큼이나 심각한 사회적 범죄로 보고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며 “우리 사회도 동물학대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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