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한국 공무원 총살’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계기로 북한 내부 동향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반인륜적인 행태를 북한 주민들도 인지하고 있는지, 안다면 반응은 어떠한지 등을 궁금해하는 여론이 많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북한 주민들은 총살 사건을 인지하고 있으며 반응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상 이상의 분노감을 표출하고 있으며 최고권력층 역시 이에 대해 민감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이라도 나서 김정은체제 끝나길”…흉흉한 민심에 韓보수야당 공적 만드는 北
주체사상 등을 주입하는 북한 학습강사 출신으로 현재는 국제펜클럽망명북한펜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정애 씨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주민 중 상당수는 ‘북한의 한국 공무원 총살’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해당 사건을 알게 된 경로는 중국이다. 사건을 접한 북한 주민 대부분은 ‘김정은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며 크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씨는 “공무원 총살 사건은 현재 연락이 닿는 북한 국경 사람들은 거의 인지하고 있다”며 “대부분이 ‘김정은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하는 반응이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유학파 지도자라 기대감을 갖기도 했지만 고모부인 장성택과 간부들을 고사포, 화염방사기 등으로 잔혹하게 참수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살기가 넘치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김 위원장의 대남 사과통지문이나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의 눈물에 대해 대부분 ‘쇼’라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그동안 사람들을 죽이는 걸 보면 절대 그럴 수 없는 사람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고 귀띔했다.
김 씨는 “총살 사건에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진 통로는 다름 아닌 중국이다”며 “북한 주민들은 중에는 중국을 자주 왕례하는 이들이 많다”며 “한국에서 벌어진 자국의 사건을 자연스럽게 알 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앞서 최악의 식량난으로 흉흉했던 민심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북한 상황이 많이 안 좋다. 식량사정은 말할 것도 없다. 내년부터는 고난의 행군이 다시 온다는 그런 얘기가 나올 정도다”며 “고난의 행군 당시 길에 죽은 사람이 널려 있었는데 그런 상황이 내년에 다시 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쟁이나 콱 나서 김정은 정권이 망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목소리가 왕왕 들려온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정보당국 관계자나 탈북민들 주장도 김 씨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탈북민들이 설립한 민간 대북방송국 자유북한방송에 따르면 북한 정보기관 출신의 한 탈북인사는 “(김 위원장 사과는) 미안하다는 사과의 마음보다는 북한 내에 ‘나는 인덕이 있다’는 이미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고모부 처형 등으로 안 그래도 부정적이던 이미지에 식량난까지 겹치고 한국 공무원 총살 사건까지 소문이 나자 민심이 극도로 악화됐고 이에 이미지 관리를 위해 한국에 사과통지문을 보내고 소문 확산을 꾀했다는 주장이다.
국가정보원(국정원) 관계자 A씨도 북한이 최근 태도를 바꿔 우리나라에 책임을 떠넘긴 것도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은의 ‘인자한’ 이미지를 퍼뜨릴 만큼 퍼뜨렸다는 판단 하에 이제는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적개심을 우리나라, 특히 보수야당에 돌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태도를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언제 대남 사과통지문을 보냈다는 듯 지난달 28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악성비루스(코로나19)로 인한 위험천만한 시기에 예민한 열점 수역에 자기 측 주민을 제대로 관리·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다”며 “응당 불행한 사건을 초래한 남측에 우선 책임이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을 비롯한 남조선 보수세력은 만행이니 인권유린이니 하며 분주탕(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韓·北 국민 모두가 아는 진실…“한국인 총살, 김정은 지시 없인 절대 불가”
김정은이 민심 달래기에 만전을 기하는 이유는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격’에 가깝다는 게 탈북민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이 공무원 총살 사건의 최종 배후가 자신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인지했기 때문에 여론 반전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동당 39호실 소속으로 김 위원장 등 북한 로열패밀리 비자금을 약 30년 간 관리하다가 2014년 탈북한 리정호 씨는 한 언론을 통해 “북한 유일지도체제 하에서 한국에서 온 사람을 사살하는 건 김정은 지시 없이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2010년 화폐개혁 실패 책임을 물어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총살한 바 있다. (화폐개혁은) 당시 김정은 허가를 모두 거친 것이었지만 민심이 악화되자 박남기가 주도한 것처럼 꾸몄다”며 “(공무원 총살 사건도) 자신들의 만행이 내부 반발을 사자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탈북민들 증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북한군 선전대 장교 출신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북한군은 서해북방한계선이나 비무장지대와 같은 군사분쟁 지역에서 평양 지시 없이는 사격할 수 없다”며 “김정은 역시 군 지휘관들에게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보고하라’고 지시할 정도다. 무조건 최고사령부에 보고한 뒤 결정과 명령을 따르는 구조다”고 말했다.
북한군 특수부대인 11군단(폭풍군단) 상급병사(병장) 출신의 이웅길 씨도 “표류든 월북이든 무작정 죽이지 않는다”며 “11군단은 실종 공무원 총살을 직접 이행한 유력한 부대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11군단에 “국경 1㎞ 이내로 접근하면 무조건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고 귀띔했다.
김 위원장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민심은 여전히 흉흉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관계자 A씨는 “김 위원장의 암살에 대한 두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 창건 75주년 기념 집단체조 중단도 이에 따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북한은 당초 10월 내내 대규모 메스게임을 선보이려 했지만 지난달 12일 개막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이례적으로 관람객들에게 손 인사도 하지 않으면서 중단됐다.
앞서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암살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1992년에는 러시아 프룬제군사대학 유학파 출신 장교들이 열병식에서 최고지도자를 전차포로 암살하려는 쿠데타를 모의하다가 발각됐고 1994년에는 북한군 6군단이 정치장교까지 가담해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가 불발됐다.
김 위원장도 암살을 극도로 경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유력 시사주간지인 슈칸겐다이(週刊現代)의 곤도 다이스케(近藤大亮) 특별편집위원은 올해 9월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전 자위대 통합막료장(합참의장)과의 대담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로부터 비공식적으로 들었다”며 “2018년 말 김 위원장의 강원도 원산시 소재 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 시찰 당시 (인부로 차출된 돌격대) 일부 병사가 암살 미수를 일으켰다고 한다. 동년 12월 동해상에서 한국에 구조돼 북송된 북한 주민 3명과 시신 1구가 이들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오주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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