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인해 우리가 함께 더 잘 살 수 있게 된다면 제 자신이 훨씬 더 가치있게 느껴질 것 같았어요. 티끝이라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일을 찾아보니 그건 외국어 교육봉사였는데요. 가정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교육 봉사를 하다보니 제가 다른 일을 하면서는 느끼지 못했던 만족감과 희열을 왠지 모르게 느꼈던 것 같아요. 이를 계기로 뜻이 맞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을 하나 둘 모으게 됐고 그렇게 단체를 설립하게 됐죠.”
사사로는 2017년에 설립된 비영리 교육봉사단체다. 현재 동작·금천·마포·성북·중구·강남·성동 등 서울 9개 청소년교육기관에서 저소득층 어린이·청소년과 다문화가정 학생을 대상으로 무상 영어, 중국어,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 밖에 올바른 어린이와 청소년의 양육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내가 받은 ‘교육의 가치’ 타인을 위해 쓰이기를
12월 급격히 쌀쌀해진 날씨에 시청역 인근 공유오피스에서 사사로의 김설예 대표와 김성현 이사, 프로젝트 매니저인 김다인 이사를 만났다. 이들은 많은 아이가 차별없는 교육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사로 운영진으로 만났다. 먼저 김설예 대표와 김성현 이사가 자신이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저는 미국 유학생 출신인데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인종과 출신 국가가 다른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웠어요. 이렇게 다양성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다 보니 이러한 나의 경험이 나만을 위한 삶에 국한돼 쓰이기보다는 타인을 위해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럼 제가 받았던 ‘교육의 가치’가 훨씬 더 커지는 것이니깐요. 대학을 졸업한 이후 직장을 다니면서 ‘나는 이 일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쉽사리 답변하지 못하는 저를 발견하게 됐고 저는 고민 끝에 직장을 그만둔 후 내가 당장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어요.”
김설예 대표는 직장을 그만두고 봉사를 같이 할 학생을 찾던 중 김성현 이사를 만났다. 김 이사 또한 외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유학생활을 하던 중 봉사활동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인유학생단체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유학생들이 방학기간에 한국에 나와 있는 동안 어려운 학생들을 도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원봉사 연계 프로그램을 준비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사사로를 처음 알게 됐죠. 개인적으로 국내 교육에 대해 회의감이 있었고 유학생인 제가 외국어교육봉사를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단체가 추구하는 교육의 방향성에 공감하여 지금까지 함께 하게 됐어요. 저는 현재 신사업팀에서 단체 내 새로운 사업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구성하고 이끄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사사로는 선생님 30명과 운영진 12명이 9개 교육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단체 설립 이래 교육 봉사 선생님 93명, 운영진 30명 그리고 학생 400명이 사사로를 거쳐갔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교육장에서는 영어와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그리고 북한이탈주민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서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북한 출신 학생들에게 한국 대학교 입시 준비를 위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하지만 올 한 해는 청소년 기관의 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라 수업이 중단됐던 적이 많아요. 현재도 얼마 전 서울시가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하면서 대부분의 교육장이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다시 확산세가 줄어들 때면 이어서 수업을 계속 하고 있는데요. 일부 교육장은 온라인화상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업하면서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돼 마음 편히 수업할 수 있는 때를 모두 기다리고 있죠.”
김 대표는 올해 코로나로 인해 교육 봉사 측면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수업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수업받는 학생들도 수업을 하며 어느 누구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시기여서 김 대표는 항상 걱정되고 죄송스러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그만 둔 자원봉사자 선생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반복되는 수업 중단과 재개에도 열심히 참여해줬다며 김 대표는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봉사를 하던 중 기억에 남는 학생의 이야기를 하며 사사로에서는 단순히 언어가 아닌 그 이상의 것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제가 거의 처음으로 교육봉사를 하면서 만났던 학생인데요. 꿈이 뭐냐는 질문에 ‘전 꿈이 없는데요 그냥 죽고 싶은데요’라고 말했던 한 학생이 있었어요. 한창 즐거울 나이인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가 어려웠고 저도 정말 너무 놀랐어요. 이 아이의 말이 마치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고 사실 이런 아이들이 어딘가에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사로는 평균적으로 주 1회 2시간의 수업을 진행해요. 짧다면 너무 짧은 시간이라 이 시간 안에 아이들의 성적이 급상승하는 것은 어쩌면 사실 무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사사로는 그 시간에 성적보다도 더 중요한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공부의 흥미를 올려주면서 삶의 휴식을 선사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어요. 표면적으로는 성적을 향상시키지만 내면적으로는 그들을 치유하는 그런 역할을 사사로가 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거죠.”
앞으로의 교육, 지식보다는 지혜가 필요해요
김성현 이사는 평소에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 아주 관심이 있고 할 말이 많은 분야라고 말하며 자신이 바라는 미래의 교육에 대해 설명했다.
“저는 한국 홈스쿨링 1세대에요. 특이한 이력이죠. 기존 공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초·중·고 시절을 다른 교육의 형태에서 보냈어요. 곧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다른 나라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 배우는 계기가 됐고 청소년 시기부터 지금까지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마음속에 많이 있어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현재 한국이 가지고 있는 교육 시스템은 저희 부모님 세대까지는 훌륭한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단순히 지식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아니라고 봐요. 지식보다는 지혜가 필요하고 경쟁보다는 협업과 상생에 대한 교육이 진행돼야 하죠. 생각하는 힘, 상상하는 힘 그리고 상대방 감정을 공감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힘 등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중요시하던 교육 가치관에서 빠르게 벗어나야만 앞으로 빠르게 반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교육관에 힘주어 말하며 사사로를 통해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선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해요. 특히 국내에서 자원봉사는 학창시절부터 시간 채우기식으로 접하게 돼서 그런지 자원봉사에 대한 벽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자원봉사와 사회 환원 사회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개개인이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죠. 사사로는 그런 분들이 자원봉사에 쉽게 접근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의 새로운 행복과 에너지를 경험하도록 해 지속가능한 자원봉사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은 김다인 이사는 현재 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다. 현재 공부하고 있는 분야와 전혀 접점이 없어보이지만 그는 모두가 공평하게 교육받는 사회에 동참하고 싶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봉사 참여를 하게 된 계기는 사사로의 비전인 ‘모두가 공평하게 교육받는 사회’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때부터 교사 및 운영진으로 지원하신 분들의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교육장까지 배치하는 역할을 맡고 있죠. 사사로 활동을 하면서 단체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교육 봉사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업무 보조가 필요한 일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길을 함께 걷고 싶어서 이사까지 참여하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의학 전공이라 이 일이 제 전공과는 무관한 일이지만 나중에 필요하거나 가능하다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해보고 싶어요.”
“우선 봉사를 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어요. 청소년과 대학생은 의무로 봉사시간을 채워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많은 지원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직장인과 중년층 이상인 분들도 많이 지원하고 열심히 활동에 참여해주셔서 대단하다고 느꼈죠. 그리고 전공과 관련된 활동이 아니다 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같은 사안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거나 의견을 표현할 때 기존에 생각하지 못한 견해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좀 더 많은 이슈를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 이사는 사사로에 참여하면서 배운 점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교육봉사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누구든지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 사사로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사로는 앞으로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다가오는 2021년부터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기관 외에 보육 시설에서도 무상 교육을 진행하려 현재 준비 중이다. 동시에 사사로가 주 목적사업인 교육봉사를 지속적으로 무리 없이 진행하는 건실한 교육봉사단체가 되기 위해 수익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김 이사는 밝혔다.
“사사로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 그리고 학생들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해요. 또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수익사업도 고려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는 올 한 해 처음으로 진행했던 ‘육아도우미 양성’ 프로그램인데요. 올해는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로 진행했으나 단체의 사업비 확보를 위해 내년부터는 유료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려 해요. 많은 비영리단체가 열악한 상황인데요. 저희 또한 지속적인 존립 및 성장을 위해 안정성있는 여러 수익 사업을 개발 중이고 내년에는 무리 없이 진행되기를 바라요.”
[홍승의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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