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라라 씨를 원하는지 모르실 겁니다. 형수님이라 부르고 싶지 않아요. 내 품에 안고 싶어요.”
그녀가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를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준호와의 결별을 결심한 라라로서는 일욱이라고 딱히 거절할 필요가 없었다. 일욱에 대해 라라가 평소 호의적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남자만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어쩌면 준호를 모욕하고 부정하기 위해서 가장 적절한 대상은 준호의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가장 위험한 적, 일욱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라라의 생각과 행동은 그녀가 식당을 맡아 운영하는 대신 준호는 공부를 마치고 함께 귀국한다는 약속을 준호가 지키지 않음으로써 정당화되고 있었다.
이일욱은 준호와 라라의 갈등 틈바구니에서 이쪽저쪽을 오가며 제 입장에 유리하게 줄타기 했고 시소게임을 즐겼다.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그 사실이 확인되자 라라는 일욱과의 모든 관계를 즉각 중단했다. 그의 능수능란한 애무와 테크닉도 그녀를 사로잡는 데는 실패했다. 그녀는 사랑의 노예는 될 수 있어도 섹스의 노예는 될 수 없었다.
물론 일욱이 라라에 대해 그렇게 행동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어느 날 차시훈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마침 전화 옆에 있던 일욱이 받았던 거였다. 그 전화를 라라에게 건네준 후 그녀의 밝은 목소리와 환한 미소를 본 순간부터 그의 가슴 속에 불타오른 것은 강렬한 질투심이었다.
“아, 그루지아 식당이요? 지금 알아보고 연락해 줄께요, 차 기자님!”
통화를 마치고 그루지아 식당으로 달려가는 라라의 모습은 기쁨과 행복에 차 있었다. 그런 라라의 모습을 일욱은 일찌기 본 적이 없었다.
차시훈은 한국에서 온 출장자를 데리고 파랑새 옆에 있는 그루지아 식당에 가려는 거였다. 시훈은 라라에게 오늘 저녁에 그녀가 있는 근처로 간다는 말을 전하려 일부러 전화했던 거였다.
아무튼 이일욱은 얼굴색이 새파래졌다. 그의 태도가 준호 쪽으로 기울었던 것은 그 이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일욱은 라라 편에 서 있었다. 그러나 시훈의 전화를 받는 라라의 안색에서 어떤 특별함을 눈치챈 거였다. 그런 면에서 동물적 감각을 가진 일욱이었다.
그러나 이일욱이 이중인격자랄까 신의가 없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형은 지금 아픈 사람이에요. 무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형수를 놓칠까봐 아무것도 못 하고, 형수가 다른 남자 만나지 않을까 오로지 의부증에 사로잡혀서 아무것도 안 해요. 감시만 하려고 한다고요. 놓치기는 싫은데 잡을 능력이 없으니까, 저러고 있는 거예요. 어쩌겠습니까, 그런 사람이란 걸 인정하거나 아니면 끝내야죠. 아버님이라도 한국으로 돌아가셔야 좀 여러 모로 상황 변화가 있죠. 이도 저도 해결 못하는 거 하루 이틀 문제 아니잖아요. 제가 설득할까요?”
그런 이일욱이 준호 앞에서는 전혀 딴 소리를 했다.
“아버님이 한국으로 돌아가시면 형수는 금방 다른 남자 노골적으로 만날 걸? 식당도 형수한테 뺏길 거야. 그러니까 절대 아버님 보내면 안 돼. 그걸 노리는 놈팽이들이 한둘이겠어? 정신 차려, 형!”
그들 사이의 비밀은 유지되지 않았다. 준호는 라라를 안고 싶은 욕망에 일욱이 한 모든 말을 침대 속에서 그녀의 귓가에 속삭여 주었다. 물론 준호는 일욱이 라라에게 하는 짓을 짐작조차 못 하고 있었다.
“그 새끼 절대 믿지 마. 그놈은 여자가 자기를 거부하면 당장 뒤에서 씹는 놈이야. 저번에도 여자애 꼬시다가 안 되니까 뒤에서 그 여자 욕하고 다니더라.”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