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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오리온그룹이 언니 동양그룹을 결국 외면하고 말았다. 지난 추석 전 창립이후 최악의 위기에 처한 동양그룹이 형제그룹인 오리온에게 5천억~1조원 규모의 자동유동화증권(ABS)의 발행을 요청했다. 양 재벌의 오너 회장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창업주의 사위들인 동서지간이다. 금융당국 역시 소비자 피해 등을 들면서 오너일가들이 이번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기를 희망했다. 명절 내내 오리온은 밤잠을 설치며 심사숙고했고 그 사이 동양그룹은 피가 말랐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여론이다. 연휴가 끝난 월요일, 오리온은 동양과 금융당국의 바람과는 달리 동양그룹의 부탁을 냉정히 거절했다. 이처럼 생사의 갈림길에서 얼굴을 붉히고 있는 동양그룹과 오리온은 원래 한 회사였다. 고 이양구 회장이 동양그룹을 창립했고 지난 2001년 오리온이 분리됐다. 고 이 회장은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 사이에 혜경·화경 두 자매를 두었고 아들은 없다. 장녀 혜경 씨의 남편은 검사출신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고, 차녀 화경 씨의 남편은 오리온 담철곤 회장이다. 동양그룹은 아들이 없어 두 사위에게 전권을 물려준 보기 드문 케이스다. 현 회장 부부와 담 회장 부부는 모두 부촌 성북동에서 산다. 자매의 우의가 좋아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동양그룹 위기와 오리온의 거절은 두 자매에게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 혈연은 따뜻해도 경영은 냉정한 비수가 오고간 셈이다. 호랑이 같이 매서워진 주주들, 수만명의 임직원, 수십만 고객의 입장을 생각하는 그룹 총수 경영인이 가질 고민의 강도는 이해할 만 하다. 그러나 자매와 동서 간의 정을 끊고 선대가 물려준 회사의 운명을 외면한 결정은 안타깝다는 지적이 많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의 동양그룹 위기와 맞물려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의 가계와 그간의 행보를 짚어보고 동양그룹의 행보를 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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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그룹이 2008년 자금압박 이후 다시 한번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거절당한 동양그룹은 혈연에 의지해 형제회사(그룹회장 오너 간 동서 사이)인 오리온 그룹에 기대봤으나 거절당하고 말았다. 다른 기관도 아니고 혈연으로 얽힌 오리온이 동양을 외면한데 대해 여론이 분분하다. 결국 창업주의 미망인이자 두 딸들의 어머니가 자금난에 숨통을 터주기 위해 나섰다. 사진은 동양그룹이 입주한 서울 중구 청계천로 빌딩 전경. ⓒ스카이데일리
현재 동양그룹의 위기는 갚을 돈을 많은데 돈줄이 끊긴 상황에서 시작됐다.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차례로 만기가 돌아오는 CP와 회사채가 약 1조1000억원이다. 상환능력이 없어 외부지원을 요청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했고 형제회사인 오리온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말았다.
게다가 계열사 동양그룹의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등급이어서 자본시장을 통한 추가 자금 조달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동양그룹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로 예상된다. 삼척화력발전 사업자(동양파워), 동양시멘트 등 알짜배기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오너 일가가 사재를 털어 빚을 갚는 방법이다.
동양그룹, 갚을 돈 1조1000억원 상환 막막
이도저도 안되면 동양그룹의 미래는 법정관리와 그룹해체의 수순으로 이어진다.
사실 동양그룹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재현 회장은 5년전에도 비슷한 자금 위기를 겪었지만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동양그룹 창업 이후 최대위기이며 최악의 경우 그룹이 해체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동양그룹의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의 첫째 사위인 현재현 회장은 원래 검사였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검사시절 지금의 아내 혜경 씨를 만나 재벌가의 사위가 됐다.
▲ 자료:전자공시시스템. 2013년 3월 31일 분기보고서 기준.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회사를 물려줄 아들이 없던 고 이양구 회장은 현재현·담철곤 두 사위를 자식처럼 아꼈고 사후에는 동양그룹의 적통을 첫째 사위 현재현 회장에게 물려줬다.
장인에게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은 현 회장은 총수가 되자 민첩한 사업수완을 발휘했다.
인수 반대가 심했던 일국증권을 인수해 5년 만에 대한민국 10대 증권사로 키워냈으며, 정수기와 가전용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동양매직을 설립했다.
또한 생보업계 최초로 동양생명을 상장시키는 등 탁월한 경영감각을 발휘한 현 회장은 동양그룹을 3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서열 5위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2008년 외환위기 이후 주력사업이었던 레미콘, 시멘트 사업이 시들해지고 계열사를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면서 자금압박에 시달리다 지금의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 ⓒ스카이데일리
현 회장의 구조요청을 거절한 둘째 사위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은 굵직한 사업을 물려받은 현 회장과 달리 고작 과자 회사를 이어받았다.
2001년 동양그룹에서 독립한 오리온 그룹은 초코파이로 유명세를 떨쳤다. 승부근성이 강한 담 회장은 제과업을 기반 삼아 외식과 케이블 TV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고 해외시장으로 나가 중국 등에 초코파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래서 오리온의 한때 최고 매출액 1조6000억원을 넘기도 했다.
‘초코파이 회장님’이라 불리는 담 회장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지난 2011년 5월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적 있었고 자회사인 ‘스포츠토토’는 주주들의 손배소 청구로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 현재현 회장은 장인으로부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아 총수가 된 후 사업수완을 발휘했다. 그 중에서도 인수 반대가 심했던 일국증권을 인수해 5년 만에 대한민국 10대 증권사로 키워내는 능력을 보여 재계의 호평을 받았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에 있는 동양증권 빌딩(가운데) 전경. ⓒ스카이데일리
일각에서는 담 회장이 이런 법적 시비에 휘말릴 때마다 검사 출신인 손윗동서 현 회장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손아래동서를 도왔다는 소문도 있다.
담 회장 “이번 결정은 가슴에 평생 안고 갈 빚”
지난 23일 담 회장 부부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오리온 그룹 임직원들에게 이번 거절에 대한 속내를 털어났다.
담 회장은 “혈연 앞에서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경영자’라는 이름의 자리가 이번만큼 힘든 적은 정말 없었다”며 “오리온의 대주주로서, 경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이번 결정으로 인한 어떠한 비난도 감수할 각오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담 회장은 “이 같은 결정이 가슴에 평생 안고 갈 빚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이란 단어가 이렇게 가슴을 먹먹하고 절절하게 만들지 몰랐다”며 소회를 보였다.
동양그룹의 위기와 두 자매 집안의 불화로 이어질 수 있는 이번 사태를 선대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 혜경·화경 자매는 자애로운 어머니 이관희 이사장 아래서 자라 우애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자매는 결혼후 성북동에 집을 마련했고 두 집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 사진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소유한 저택, 아래 사진은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소유한 저택. ⓒ스카이데일리
두 자매의 부모인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과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처음 만난 것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이었다. 두 사람은 전쟁통에 혼인을 치렀고 가난했더터라 지인에게 겨우 돈을 빌려 부산 영도에 조촐한 신혼집을 차릴 수 있었다.
가난했지만 남편은 근면하고 수완이 좋았으며 아내는 알뜰했고 따뜻해 부부금술이 좋았다. 이사장은 당시를 어려웠어도 가장 행복했던 때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말해 왔다.
이 이사장은 겨울철 집에 찾아온 손님들의 젖은 신발을 라디에이터에 녹일 정도로 손님들을 극진해 대했다.
특히 혜경·화경 두 자매에겐 지극히 자애로운 어머니였다. 자매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면 이 여사는 외출을 나갔어도 반드시 딸들보다 먼저 돌아와 딸들을 맞았다. 혹시라도 딸들이 빈집에서 엄마 없는 외로움을 겪을까봐서 그랬다고 한다.
그런 자애로운 어머니 아래서 자란 두 자매의 깊은 우애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정을 꾸리게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두터웠던 두 집안이 동양그룹의 위기로 서로 얼굴을 붉히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이관희 이사장, 동양그룹에 주식증여·그룹 안정화 키
이번 사태 해결의 키는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에게 있다.
24일 오전 이 이사장은 동양그룹 회생을 위해 15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증여하기로 발표했고 이 발표가 나가자마자 동양그룹 주가는 등락을 모면하고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 ⓒ스카이데일리
이 이사장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두 딸의 어머니로서 두 사위의 장모로서 자손들의 화목과 그룹의 생존을 위해 이 이사장의 자애와 중재가 가장 필요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동양그룹의 회생과 그룹 일가의 화해는 이 이사장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 재계의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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