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고 운전자 급발진 주장 근거 없어… 감식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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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들 “급발진 아냐… 아무 것도 들이박지 않고 멈춰”
사고 소식 듣고 달려온 유족들 “제발 아니길…” 망연자실
60대 사고 운전자는 현직 버스기사… 동료 “착실한 베테랑”

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2 17:45:16

▲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에서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과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해 인도로 돌진하면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는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서 퇴근 후 귀가하는 시민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발생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해 차량 운전자 A(68)씨를 검거했다. A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고 음주운전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 투약 여부나 졸음운전 여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방통행 도로 역주행해 인도로 돌진

경찰·소방당국의 설명과 목격자 진술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9시27분경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제네시스 차량이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 18길)를 역주행하며 갑자기 튀어나왔다.

이 차량은 빠르게 달려 도로에 있던 BMW와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돌진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후에도 100ｍ가량 이동하다 건너편에 있는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야 멈춰섰다. 역주행한 거리는 모두 200ｍ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차량 운전자 급발진 주장… 목격자들 급발진 아니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블랙박스에 이어 사고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급발진으로 보긴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고 CCTV 영상에는 제네시스 차량이 사고 직후 감속하면서 멈추고 갑자기 달려오는 놀란 시민들이 급히 몸을 피하는 장면이 담겼다. 일반적인 급발진 차량의 경우 도로 위 가드레일 등 구조물과 부딪혀 마찰력으로 억지로 감속을 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도 “급발진은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시민은 “급발진할 때는 차량 운행이 끝날 때까지 박았어야 했는데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멈췄다”라며 “급발진이면 뭐라도 박았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가족 잃은 유족들 임시영안실에서 오열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시신이 안치된 임시영안실을 찾아 오열했다. 2일 새벽 임시영안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는 황망한 표정의 유족들이 하나 둘씩 도착했다.

임시영안실에는 전날 저녁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 사망자 9명 중 6명의 시신이 안치됐다..

사망자 지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초조한 표정으로 구급대원에게 사망자 이름과 생년을 물었다. 구급대원으로부터 “지인이 맞다”는 말을 듣자 탄식을 내뱉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여성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벽에 기대 흐느꼈다. 겨우 몸을 일으켜서는 “아니라고 해줘. 어떻게라도 말을 해줘야지”라며 다시 눈물을 뚝뚝 흘렸다.

2일 오전 장례식장은 경찰이 건물 1층을 지키며 취재진 등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다. 장례식장 2층에는 유족들이 머물 수 있는 대기실이 마련됐다.

시청역 사고 운전자는 베테랑 버스기사… 경찰 “구속영장 검토”

경찰은 사고 운전자 A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날 오전 기자단 브리핑에서 “사망 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라고 밝혔다.

정 과장은 “향후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 등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면서 “사건을 진행하면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차량에 동승했던 A씨 아내가 사고 직후 주변에 ‘급발진’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급발진의 근거는 현재까지는 피의자 측 진술뿐이고 급발진이라고 해도 적용 혐의가 달라지지는 않는다”라며 “추가 확인을 위해 차량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가해자 A씨는 경기도 소재의 한 여객운송업체에 소속된 버스기사로 확인됐다. A씨는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했으며 지난해 2월3일자로 경기도 안산 K여객에 촉탁직으로 입사해 20인승 시내버스를 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관계자는 “입사 후 사고 이력은 없었고 주변 기사들은 A씨가 원래 술도 안 마시는 베테랑 기사였다고 한다”라며 “서울에서도 버스 기사를 해서 서울 지리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최영호 기자 cyh2@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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