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비보’ 승진 모임 은행 동료 4명·팀 포상 공무원도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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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역 역주행 차량사고… 사망자 9인 총 사상자 15인 아비규환
센터장 승진한 은행원과 후배들 사망
세무공무원 야근 뒤 귀갓길 비명횡사

임진영·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2 15:08:41

▲ 역주행 교통사고 사망자를 애도하는 국화가 2일 서울시 중구 북창동 사고 현장에 놓여 지나가는 행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박미나 선임기자

선배가 승진하자 후배는 축하했다. 50대 은행원 이모씨는 금융센터장으로 승진했다. 기업여신을 담당했던 이씨는 업무성과를 인정받았다. 금융센터장 발령을 받자 후배들도 함께 기뻐했다. 선배는 가족에게 승진 소식을 알리며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후배들은 내일이면 새로운 근무지로 떠날 선배를 축하하면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이들은 회사 근처인 서울시 북창동 음식거리에서 역주행한 제네시스 승용차에 치였다.

50대 공무원 김모씨는 서울시 이달의 우수팀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기뻤다. 서울시청사 방호를 총괄했던 김모 사무관은 시청사 앞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분양소를 관리했었다. 얼굴도 모르는 희생자를 위해 날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 늦게까지 일했다. 서울시가 선정한 동행매력협업상까지 받은 날도 김 사무관은 야근을 해야만 했다. 그는 동료들과 저녁을 먹은 뒤 야근하러 시청사로 돌아가던 길에 인도를 덮친 자동차에 치여 비명횡사했다.

은행원은 승진한 날 세상을 떠났고 공무원은 포상을 받은 날 삶을 마감했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1일 밤 9시 27분께 서울시 중구 북창동에서 역주행한 제네시스 승용차로 말미암아 세상을 떠난 사람은 총 9명이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A씨(68)씨가 운전한 제네시스 차량이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나와 북창동 음식거리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면서 인도를 덮쳐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가운데 은행원은 4명이고 공무원은 2명이었다. 나머지 3명은 병원 용역업체 소속 직원이었다.

직원을 잃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은 2일 새벽 고인을 모신 영등포장례식장을 찾았다. 해당 은행은 간밤에 4명이나 사망하자 침통한 분위기다. 은행 동료들은 이 센터장 등을 애도했고 경조지원팀을 꾸려서 장례 절차를 돕고 있다. 해당 은행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시도 침통한 분위기다. 김 사무관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자 동료 공무원은 우수팀에 선정됐다고 좋아했는데라며 애통했다. 예산과 30대 윤모 주무관도 야근한 뒤 저녁식사를 먹고 나서 사고를 당했다. 서울시 소속 사망자 2명은 각자 야근 때문에 사고현장에 있었다. 김 사무관은 저녁을 먹고 야근하러 가던 길이었고 윤 주무관은 야근한 뒤 저녁을 먹고 나오던 길이었다.

남대문경찰서는 2일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버스 기사 출신인 A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가해자 주장일뿐이라고 판단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음주운전이나 마약 복용은 아니라고 알려졌다. 남대문경찰서는 급발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차량 감식을 의뢰했고 현대자동차에 자동차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요청할 계획이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임진영·윤승준 기자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