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월 보궐선거를 염두한 국민의힘의 부산 가덕도신공항 찬성 입장 표명을 둘러싼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반발은 특히 기존 지지층 사이에서 더욱 극렬하게 나타나 민심 대이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여당의 선거 전략에 휘말려 차기 대선이라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재야 보수층에서는 국민의힘을 두고 ‘민주당 2중대’라는 강도 높은 비판마저 나온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의 관련 특별법 처리에 협조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초 가덕신공항 건설로 인한 국가적 손실 우려와 당 주요 지지층인 TK지역 민심 이탈 등의 부작용을 마냥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공항정치’ 편승해 PK민심 얻은 김종인의 국민의힘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1~3일 전국 18세 이상 1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부산 지역에서 여야 지지율 격차는 10%p를 훌쩍 넘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3.8%p 오른 39.4%를 기록한 반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9.2% 하락한 24.5%로 나타났다. 양당 격차는 14.9%p였다.
이후 실시된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SBS 의뢰로 6~9일 부산 지역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2일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상 양자대결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46.8%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28.5%)를 18.3%p 차로 앞질렀다.
박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로 평가되는 이언주 국민의힘 예비후보 마저도 35.8%로 김 후보(33.3%)에게 우위를 점했다. 응답자들의 부산시장 후보 선택 기준은 △도덕성(37.3%) △가덕신공항 건설(18.9%) △소속 정당(15.6%) △코로나 대응(14.4%) △한일 해저터널 건설(2%) 등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부산지역에서 당과 보궐선거 예비후보 지지율 동반 상승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가덕신공항 찬성 입장 표명에 기인한 결과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앞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의혹으로 지역 민심을 잃었던 민주당은 반전 카드로 부산·울산·경남, 이른바 PK지역의 숙원 사업이었던 가덕신공항 카드를 꺼냈다. 국민의힘 역시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해 가덕신공항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이 전략이 주요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가덕신공항 추진이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오자 당초 접근성 문제로 가덕신공항이 아닌 기존 김해공항 확장을 고집하던 국민의힘 소속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도 속속 태도를 바꾸는 분위기다.
대구 수성갑이 지역구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부산시민 염원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점진적·긍정적 입장에서 (가덕신공항을) 검토하겠다는 게 우리 당내 의견이다”고 밝혔다. 당초 가덕신공항특별법 대항 차원에서 밀양신공항특별법 발의를 추진했던 일부 TK 의원들도 “민주당에 공격 빌미를 줄 수는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가덕신공항 찬성 표명에 만족하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부산시장과 맞바꾼 대권” 우려
국민의힘 내부에선 가덕신공항 찬성 입장 표명 결과에 만족하는 분위기지만 정작 지지자들의 반응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가덕신공항 건설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우려했던 기존의 입장을 바꾼 데 대한 신뢰 추락과 당 주요 지지층인 TK지역 민심 이탈 등의 부작용을 마냥 무시해선 안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각에선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보는 판단으로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 섞인 반응도 나온다.
무소속으로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는 “토건족(부동산재벌)만 배불리는 결정이다”며 “가덕신공항 예산이면 다른 국가적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미 과학적 검증까지 거친 사안을 부산시민을 향한 선물인 양 꺼낸 결정은 크게 잘못됐다”며 “순수 공항 설립에 10조원이 들어가는데 그 돈이면 부산의 해묵은 모든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를 앞두고 ‘오거돈 보궐선거’의 수치를 가리기 위해 (여당이) 내놓은 정치적 야바위다. 검증위원회의 김해신공항 재검토가 어떻게 가덕신공항 건설로 번역되는지 의문이다”며 “가덕신공항은 부산의 경제적 자살이다. 부산 시민들은 정치 사기극에 또 속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당의 변심’이라는 비판과 함께 향후 대선에서 TK·PK 민심이 갈려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취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가덕신공항특별법으로 선수를 친 민주당이 부산 표심을 확보함은 물론 나아가 기존 국민의힘 지지도가 높았던 PK·TK의 민심 분열로 이탈한 표를 흡수해 손쉬운 승리를 따낼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벌써부터 TK·PK 지역 간에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은 신공항 검증위원회 설치‧운영 적법성, 판단의 공정성, 국론분열 및 예산낭비 의혹 등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 이에 대해 PK지역 시민단체들은 “TK지역 시민단체, 국회의원 등은 역내 주민들에게 명분 없이 가덕신공항 반대를 부추기는 행동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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