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호(號) DB손해보험의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경영을 둘러싼 진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내 여성 임원이 전무한데다 여성 직원의 임금도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게 책정되는 등 사회적 책임 부문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또한 미흡한 고객배려로 손보사 중 지난해 민원제기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겉과 속이 다른 경영에 김 부회장의 리더십에도 의문 부호가 뒤따르고 있다.
뒷전으로 밀린 여성·고객…사회적 책임 부문에서 ‘반(反) ESG’ 성향 두드러져
‘ESG’란 환경(Environmental)·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지배구조(Governance)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다. 과거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관점에서 벗어나 기업이 환경·사회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에서 탄생한 개념이다.
DB손보는 2019년 민간 금융사 최초로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 투자 배제에 동참할 것을 공식 선언하는 등 ESG경영에 매진해왔다. 올해 들어서는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모바일 통지 서비스’를 도입해 다량의 우편물을 모바일 메시지로 대체하는 등 ESG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DB손보는 환경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선 다소 소홀한 모습을 보여 주변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특히 ESG 중 ‘S’에 해당하는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 남녀임금 격차 등 사회적 책임 부문에서 ‘반(反) ESG’ 성향이 두드러졌다.
금감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DB손보의 미등기 임원을 포함한 전체 임원 중 여성은 전무했다. 2014년 이후 7년 간 사업보고서를 뒤져봐도 등재된 임원 목록에서 여성은 없었다. 경쟁사인 삼성화재(5명), 현대해상(4명), 메리츠화재(2명), 롯데손해보험(1명) 등의 여성 임원(미등기 포함) 수와 확연히 비교된다.
여성임금 차별도 심각했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DB손보의 여성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3760만원으로 남성직원(7584만원) 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남성 직원이 100만원 벌 때 여성 직원은 49만5000원 밖에 벌지 못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남성 근로자 대비 여성 근로자 임금 비율인 69.4%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다. 남성(12년 3개월)과 여성(9년 9개월)의 평균 근속연수를 비교해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평가됐다.
주요 손보사 중에서도 DB손보의 여성임금 수준은 최하위였다. 지난해 3분기 한화손보의 여성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4000만원으로 남성직원(6300만원) 급여의 63.5%였다. 이 밖에 NH손보(4900만원·62.8%), 롯데손보(3713만원·62.0%), 흥국화재(3635만원·60.0%), 메리츠화재(5507만원·59.0%), 현대해상(4300만원·57.3%), 삼성화재(3979만원·51.2%) 등도 DB손보 보다는 높았다.
DB손보는 여성 뿐 아니라 고객에 대한 배려 부문에서도 다소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DB손보의 전체 민원 건수는 6012건으로 집계됐다. 전년(4409건)과 비교해 36.4%(1603건)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경쟁사인 삼성화재(1.90%), 현대해상(22.9%), 메리츠화재(13.1%), KB손보(18.1%) 등은 비교적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한화손보(-2.41%), 롯데손보(-18.0%), 흥국화재(-4.84%), MG손보(-11.3%) 등은 오히려 감소했다. 보유계약 10만건 당으로 환산해도 DB손보의 민원건수는 6.51건에서 8.2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4월 DB손보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운전자의 유가족에게 사고 13년 뒤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정부 위탁을 받아 동승자 유족들에게 지급했던 보험금을 돌려달라는 구상권 청구였다. 채권 소멸시효 10년이 지났지만 DB손보는 재판을 제기해 승소했다. 그 사이 유가족이 갚아야 할 돈은 원금과 20년치 이자를 포함한 4억4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사회적 약자에게 무리한 금액을 청구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최근엔 화재보험에 가입한 고객의 주소지 변경 신청을 누락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보험사기’ 명목으로 부당하게 협력업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보험사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당한 해당 협력업체가 검찰로부터 상당 부분 무혐의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성폭행·성추행 김준기, 회장직 내려 놓고도 배당 통해 한 해 수십억씩 챙겨
DB손보가 속한 DB그룹이 과거 발생한 그룹 총수 김준기 회장의 성비위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점은 DB손보의 여성차별 논란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다. 김준기(77) 전 DB그룹 회장은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추행한 혐의로 작년 4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2심 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5년을 구형받은 뒤 선고를 기다리는 중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별장에서 일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성추행하고 2017년 2∼7월에는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던 중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회장에서 물러난 후 수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경찰이 그의 여권을 무효화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ICPO) 적색 수배자 명단에 올리자 2019년 귀국한 뒤 체포됐다.
물의를 일으켜 회사의 이미지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는 와중에서도 김 전 회장은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챙겨 눈길을 끌었다. DB손보 지분 5.94%를 보유한 김 전 회장은 성폭행 사건이 불거진 2017년 이후 3년 간 96억7900만원, 94억1700만원, 70억6200만원 등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 기간 순이익 감소에도 김 전 회장이 수십억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던 건 DB손보의 배당성향이 매년 높아져서다. 2016년 19.9%였던 DB손보의 배당성향은 성폭행 혐의가 불거진 2017년 21.8%, 2018년 23.8%, 2019년 25.1%로 점차 늘어났다. 올해 배당성향도 26.2%로 확정돼 김 전 회장은 92억5900만원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승준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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