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 사이에서 한우 등 가축의 지분을 쪼개 사는 ‘조각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명 ‘소테크’다. 한우의 가격 인플레이션을 이용한 기존 위탁사육 투자와는 다르다. 스마트폰과 4만원만 있으면 진입이 가능하다. 주식이나 가상화폐와 달리 수익확률도 높다. 접근하기 어려웠던 한우를 투자자산으로 대중화하며 포트폴리오 구성을 다양화했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1+++등급 한우, 수익률 34%에 달해… 출현률 전체 89%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2일 기준 이달 평균 한우 등심(1+등급) 1㎏당 평균 소매가격은 13만790원으로 전년 동월(11만9570원)보다 10% 가량 뛰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우 등심 가격은 12만대였지만 오름세를 보이더니 13만원을 넘어섰다.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집에서 밥 먹는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격이 크게 오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한우의 가격이 원래 저렴했던 건 아니다. 가격은 늘 비쌌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쇠고기 소비량은 67만톤으로 2010년(43만톤)과 비교해 55.8% 늘어났다. 이 가운데 쇠고기 수입량은 25만톤에서 43만톤으로 72.0% 늘어난 반면 한우 생산량은 18만톤에서 24만톤으로 33.3%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우 생산량이 사실상 정체기를 맞은 셈이다.
원인은 농가의 어려운 자금사정이다. 2019년 정부의 축사시설 현대화사업으로 목장 시설이 현대화되고 사육가능공간도 늘어났지만 비용은 정부융자 80%, 농가자부담 20% 등으로 추진됐다. 자금 부담을 느낀 농가는 사육가능공간 확대에 비해 사육두수를 늘리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총 농가(9만2984곳) 중 50두 미만 사육농가는 80%(7만3170)을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한우에 투자하는 플랫폼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한우자산플랫폼 ‘뱅카우(Bancow)’다. 이는 농가(생산자)와 일반 투자자(소비자)가 한우에 공동 투자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투자 서비스다. 방법은 간단하다. 뱅카우를 통해 송아지 지분을 구매하면 농가는 소비자의 자산인 송아지를 대신 사육한다. 사육엔 사료비, 사육관리비, 축사시설비, 방역치료비 등이 포함된다.
2년 후 송아지가 성체로 성장하면 한우를 전문 도축경매장에서 경매 형태로 판매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경매를 통해 얻은 판매수익을 공정하게 분배한다. 이때 생산자가 투자한 사육비와 소비자가 투자한 송아지 비용을 투자원금으로 설정해 각 투자금의 비율대로 판매 손익을 나눠 갖는다. 소비자는 소액(4만원 이상)을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생산자는 사업에 재투자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한우 재테크 수익률은 높다. 통계청 한우생산비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농가가 부담하는 사육비(350만원)와 투자자가 부담하는 가축비(357만원)를 합친 비용은 총 707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1+++등급 한우’의 경매가는 948만원으로 이를 환산하면 수익률은 34%에 달한다. 그밖에 △1+등급(882만원) 25% △1등급(798만원) 13% △2등급(659만원) -7% △3등급(519만원) -27% 등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5년 간 마리당 평균 수익률은 19.7%에 이른다.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진다면 뱅카우를 통해 이와 같은 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다.
수익률보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출현률이다. 출현률이란 송아지에 투자했을 때 수익구간인 1등급 이상에 들어설 수 있는 확률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1+++등급’의 출현률은 23.2%였다. 1+등급과 1등급도 각각 37.1%, 28.5%에 달했다. 이를 합치면 88.8%다. 즉 100마리를 투자했을 때 89마리에서 최소 13%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펀딩에 참여한 한승태(가명)씨는 “요즘 시대에 투자는 필수인데 적금이라고 해봤자 사실상 제로금리이지 않나 그에 반해 한우 재테크의 평균 수익률은 20% 정도로 높아서 괜찮은 투자라고 생각했다”며 “실체가 있는 자산인데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구매금액까지 100% 보장하는 등 리스크도 낮아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1000만원 짜리 한우, 4만원에 조각 투자 가능
특히 MZ세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열린 뱅카우 2차 펀딩에서 232명이 구매해 총 1억8913만원이 모였다. 1인당 평균 구매 금액은 약 85만원이다. 이 가운데 30대 구매금액은 1억3010억원으로 전체 68.8%에 달했고 20대 역시 2162만원(11.4%)이었다. 20·30대를 합치면 1억5000만원(80.2%)을 넘어선다.
5월 31일부터 6월 11일까지 치러진 1차 펀딩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총 141명 가운데 20대와 30대는 각각 47명(33.3%), 69명(48.9%)으로 모두 합쳐 82.2%를 차지했다. MZ세대들의 높은 구매율로 12일 만에 뱅카우는 1차 펀딩에서 총 9918만원을 모았다. 평균 1인당 70만원 정도를 투자한 것이다.
인기의 비결에는 먼저 누구나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과거에도 한우 위탁사육을 통해 투자할 수 있었지만 일반 투자자의 접근성은 떨어졌다. 대부분 고액자산가나 업계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했다. 한 마리의 송아지를 한우 성체까지 사육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최대 1000만원이고 보통 100~3000마리 단위로 사육해 최소 10~3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만 뱅카우를 이용한다면 4만원이라는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높은 신뢰다. 뱅카우는 가축재해보험 또는 농가자체보장 시스템을 통해 사육 중 발생하는 사고나 재해에 대해 구매금의 100%를 보장한다. 통상적 부상, 질병 폐사, 법정전염병에 따른 살처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한 투자자는 축산물 이력 추적 시스템을 통해 한우의 유전정보와 사육장소, 성장과정, 건강검진 내역 등도 확인할 수 있다.
뱅카우를 운영하는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는 “1마리의 한우만 사육해도 토지부터 축사, 허가, 사육인원, 사료 네트워크 등 수많은 절차와 비용, 시간 등이 필요하다”며 “뱅카우는 지금까지 여러 물리적인 제약으로 인해 투자하기 어려웠던 투자 사육 시장을 쉽고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기 때문에 MZ세대들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이익을 얻으면 누군가는 손실이 발생하는 주식이나 가상자산과는 다르게 생산적 가치를 더하고 성장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전국 경매장을 통해 100% 판매가 되고 전액 현금으로 수취가 가능할 정도로 한우라는 자산은 연체와 부실 가능성이 없는 실물소비자산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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