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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은 우리에겐 나라를 되찾은 해방기념일이지만 일본에겐 패전일이다. 역사는 그렇게 양면이 있다. 우리가 광복절 기념식을 하던 시각 중동의 불행한 나라 아프가니스탄은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에 접수됐다. 아프간 정부군이 반군에 패배한 것이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승리를 장담하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이웃나라인 타지키스탄으로 도망갔고, 수도 카불과 대통령궁을 접수한 탈레반은 과도정부를 선언했다.
2003~2007년 육군의료지원단 동명부대와 건설공병지원단 다산부대를 파병하는 등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 가까이 유·무상 원조한 한국 정부는 어제 아프간 주재 한국대사관을 폐쇄했다. 대사를 포함한 공관원들은 모두 제3국으로 피신했다.
미국의 아프간전 참전은 9·11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 제거를 위한 것이었다. 한때 미군 10만명 이상이 주둔하는 등 20년 동안 군비 830억달러를 투입했다. 재건비용까지 합치면 2조달러나 된다. 이 와중에 미군 2448명이 사망했다. 전비 190억파운드(약 31조원)를 지출한 영국도 13년 동안 453명의 전사자를 내는 등 나토군도 1144명이나 사망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막대한 원조를 받은 아프간 정부는 부정·부패와 무능, 분열로 나라를 건사하지 못했다. 아프간 정부군은 연간 50억~60억달러 규모의 예산을 사용했다. 미국이 아프간군기금(ASFF)으로 지원한 자금만 750억달러에 달한다. 아프간 정부군은 서류상으로는 30만명이 넘으나 이름만 올려놓고 월급만 타먹는 유령군인이 많았다. 반면 탈레반 반군의 핵심 전투대원은 8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그래도 정부군이 반군에 졌다.
철군을 결정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20년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면서 가장 뛰어난 젊은 남녀를 파병하고, 1조달러 가까이 투입했으며, 아프간군과 경찰 30만명 이상을 훈련하고, 최첨단 군사 장비까지 갖춰줬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군이 자신의 나라를 지키지 못하거나 않는다면 미군이 1년 더, 또는 5년 더 주둔해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고 일갈했다. 한마디로, 스스로 지킬 의지가 없는 나라는 지켜줄 수 없다는 얘기다.
종전은 됐지만 후유증과 남은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십만명으로 추산되는 난민이 가장 큰 현안이다. 국제 사회가 풀어야할 숙제다. 미국은 미군에 협력했던 아프간 난민 수만명을 카타르 등 제3국에 수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캐나다도 2만명을 수용할 계획을 세웠으나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에도 1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정부는 어떤 방법으로든 이들을 품어줘야 한다.
아프간 사태는 남베트남이 패망하던 1975년 4월 30일 사이공 상황을 연상시킨다. 주베트남 한국공사 이대용 외 140명이 현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였고, 이 공사는 이후 5년 동안 북베트남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며 억류생활을 해야 했다. 한국은 베트남전에 32만명을 파병, 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수만명의 베트남인은 보트피플이라는 이름으로 베트남을 탈출했고, 상당수는 처형당했다.
우리는 일찍이 베트남 공산화 이후 벌어진 끔찍한 장면들을 기억한다. 제2의 베트남, 제2의 아프간을 꿈꾸는 북한은 뜻을 이루기 위해 남한 내 종북 세력과 내통하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발각된 청주간첩단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은 벌써 대학살극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국체를 지키는 것이 곧 생존이다.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통일은 우리에겐 망국이다. 국민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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