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열풍이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 주식시장으로까지 불어왔다. 가격이 낮을 때 대어급 기업공개(IPO) 종목을 미리 구입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하이브부터 지난달 카카오뱅크까지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던 종목들이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하며 급등한 것을 본 투자자들의 ‘학습효과’에 따른 것이다. 그리 많지 않은 돈을 쥐고 있는 개인투자자가 이들 주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리 선점해야 한다. 공모주 일반청약의 경쟁률은 너무 치열하고 상장 이후엔 가격이 올라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비상장주식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이를 거래하는 플랫폼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플랫폼은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제대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올 상반기 일평균 거래대금 64.7억원… 전년 比 50% ↑
올해 장외주식에 대한 관심은 컸다. 비상장주식 거래플랫폼 K-OTC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64억7000만원으로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5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량도 79만4454주에서 93만9072주로 18% 올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누적 거래대금은 4조5883억원으로 지난해 6월 3조원을 넘어선 이후 불과 1년 만에 약 1조6000억원이나 불어났다. 과거 1조원에서 2조원까지 1년 6개월 걸렸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속도다.
비상장주식에 대한 ‘동학개미’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의 배경에는 작년부터 이어진 IPO 흥행을 빼놓을 수 없다.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장외시장 출신 대어급 종목들은 올해 성공적으로 증시에 안착했다.
하지만 상장 전부터 해당 주식을 보유한 이들은 높은 수익을 거뒀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공모주 일반청약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1~2주를 얻는데 그쳤다. 이로 인해 공모주로 조금씩 돈을 버느니 될성부른 기업의 주식을 미리 사둔 다음 대박을 기대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비상장주식 거래 수요가 늘자 투자자는 자연스레 민간 플랫폼으로도 향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누적거래건수는 6월 기준 10만120건으로 4개월 만에 2배 늘어났다. 월간활성이용자(MAU)도 1월 13만명에서 4월 30만명으로 증가했다. 서울거래소 비상장의 MAU 역시 6월 기준 25만명으로 4개월 만에 10만명 급증했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지만 운영주체부터 종목 수, 거래방법, 매매수수료, 세금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다르다. 비상장 유망 기업의 주식을 손에 넣기 위해선 이를 자세히 확인한 후 투자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장단점 꼼꼼히 따져야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가 운영하는 제도권 비상장주식 거래플랫폼 ‘K-OTC’와 기존 금융권과 협업한 민간 플랫폼, 직거래 기반 사설 플랫폼 등이 있다.
국내 유일의 제도권 장외시장인 K-OTC는 증권사 HTS(홈트레이딩시스템)·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등 PC프로그램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기존 상장주식처럼 거래된다. 거래는 1대1 방식이 아닌 복수의 판매자와 구매자 호가를 연결해 체결하는 다대다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로 인해 결제 불이행·사기 등 우려는 타 플랫폼에 비해 적은 편이다.
매매수수료와 증권거래세는 타 플랫폼에 비해 저렴해 각각 0.14%, 0.23%다. 양도소득세 같은 경우엔 법적으로 중소기업은 10%, 중견·대기업은 20%로 정해놓고 있지만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소액투자자 대상으로는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준다. 소액투자자의 요건은 지분율 4%, 투자금 10억원 미만이다.
다소 까다로운 진입 요건으로 거래 가능한 종목의 수가 많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 9일 기준 K-OTC 시장 종목 수는 141개에 불과하다. 카카오페이, 야놀자, 비바리퍼블리카 등 대어급 비상장 종목들은 거래되지 않고 있다.
투자자간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사설 플랫폼으로는 ‘38커뮤니케이션’이 있다. 15년이 넘는 업력을 보유한 국내최초 사설 장외거래 사이트다. 오래된 만큼 거래는 활발하고 거래 가능한 종목도 많다. 특히 주주동호회가 활성화돼 있다. 거래는 1대1 방식으로 해당 사이트에 사고자 하는 사람 또는 팔고자 하는 사람이 글을 게시한 뒤 개인적으로 연락해 거래를 진행한다.
단점도 많다. 단순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안전거래를 위한 장치는 딱히 없어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38커뮤니케이션이 별도로 매매수수료를 받지 않고 거래가능 종목의 제한이 없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사거나 팔고자하는 사람들만 있으면 언제든 거래는 성사될 수 있다.
민간 플랫폼으로는 삼성증권이 두나무와 손잡고 출시한 ‘증권플러스 비상장’, 코스콤이 출시한 ‘비 마이 유니콘’, 신한금융투자가 피에스엑스(PSX)와 제휴해 선보인 ‘서울거래소 비상장’ 등이 있다. 앞서 언급한 K-OTC와 38커뮤니케이션 두 플랫폼의 중간 정도 성격이다.
이 중 증권플러스 비상장에는 5791개의 종목이 상장돼 있다. 카카오페이, 야놀자 등 인기 종목들 대부분도 여기서 거래된다. 또한 삼성증권과 연계를 통해 업계 최초로 안전거래 연계 서비스를 도입해 비상장 주식 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다만 1대1로 매수자와 매도자가 직접 연락해 협의를 하며 거래하는 번거로운 방식이 단점으로 꼽힌다. 매매수수료도 1%로 타 플랫폼에 비해 비싸다. 거래 자격요건으로 삼성증권 계좌 보유를 요구한다.
비상장주식 상승률 높지만 상장 직전 구입은 주의
비상장주식 투자는 성공 시 엄청난 이득을 안겨준다. 실제로 미국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야놀자의 주가는 9일 기준 10만9000원으로 연초(1만2500원)와 비교해 무려 9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 역시 2만8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두 배 반 넘게 급등했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경우 9만5100원으로 연초(9만원) 대비 상승률은 낮지만 3월 31일(5만4500원)과 비교해선 74.5% 올랐다.
유명하지 않은 종목들의 상승률도 높았다. K-OTC에 따르면 9일 기준 통신장비업체 씨엘인터내셔널의 주가는 600원으로 연초 대비 1204.35% 올랐다. 휴코드홀딩스와 대백저축은행도 각각 189.60%, 174.38% 상승했다. 이 밖에 △핀플넷 168.80% △아이디스파워텔 149.49% △끄렘드라끄렘 131.67% △코스텍시스 121.73% 등도 두 배 넘게 상승했다.
다만 장외시장에서 기업 가치에 비해 높은 주가를 형성한 기업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한다. 우량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상장을 발표하고 주가가 치솟아 상장 직전 가격이 공모가나 상장 후 주가와 비교해서 현저히 높은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 ‘막차’를 타선 안 된다는 얘기다.
카카오뱅크 주식은 공모가가 3만9000원이었지만 장외시장에서 상장 직전인 지난달 5일 7만7000원에 거래됐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이튿날인 지난달 9일 7만8500원에 거래를 마치고 19일에는 9만2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달 9일 7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상장 직전 장외시장에서 카카오뱅크를 매수했다면 6.5% 손실을 보는 셈이다. 크래프톤 역시 상징 직전인 지난달 8일(48만5000원)과 비교해 주가는 9일 47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2.1% 하락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장외시장 현황과 활성화를 위한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비상장주식 활성화와 관련해 “시장양성화를 위해 비상장주식 관련 세제를 보완하고 중소·벤처기업 및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장외주식거래의 양성화를 위해 거래 플랫폼에 따라 상이한 비상장주식 관련 세제를 일원화하고 벤처기업 및 보유기간에 대한 조세특례를 유지·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비상장주식 거래세와 양도소득세는 K-OTC에 탄력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2023년부터 확대되는 금융투자소득세도 이러한 기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세방안에 벤처기업 및 장기투자에 대한 조세특례는 반영되지 않는다. 상장주식 대비 비상장주식에 대한 미흡한 세제혜택과 현재 K-OTC 투자가능기업 집합이 협소한 점을 고려하면 세제차익 존재에 따른 음성화된 시장의 형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상장주식에 대한 기본공제와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세제혜택을 확대하고 장기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양도소득세율을 차등 부과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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