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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그린워싱에 잠식되는 ESG 펀드
ESG 펀드, ‘그린워싱’ 논란에 기준 마련 목소리 커져
글로벌 ESG 펀드, 아람코 등 화석연료업체 평균 17곳 투자
도이체방크·BNY멜론, 그린워싱 의혹에 조사 및 벌금 부과
금융硏 “펀드 관련 ESG 공시 문제 논의하고 관련 규정 개정해야”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7-26 00:07:01
▲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전 세계 자산총액 상위 20개 ESG펀드를 분석한 결과 각각의 펀드는 평균적으로 화석연료 생산업체 17곳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에 힘입어 빠르게 덩치를 키운 ESG 펀드가, 실제로는 화석연료 기업 등 ESG 취지와는 다른 투자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일명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는 본색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린워싱이란 친환경(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뜻한다.
 
그린워싱 현상은 ESG 상품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금융사별로 달라 불거진 측면이 높다. 이를 방지하고자 미국 등 주요국은 최근 ESG 관련 규정·개정안을 만들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ESG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글로벌 추세를 반영한 듯 국내 금융업계도 ‘ESG 펀드 인증’을 도입하며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데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화석연료·러시아·도박 기업에 다수 투자
 
글로벌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펀드 수는 작년 말 기준 5932개로 전년 대비 1779개나 늘어났다. 이 기간 ESG 펀드 투자금도 1조6522억달러에서 2조7443억달러로 66.1% 급증했다. 국내 ESG 시장도 몸집을 키웠다. ESG 펀드 수는 1년 새 60개에서 116개로 거의 두배로 늘어났다. 순자산 규모는 전년보다 146.9% 늘어난 7조9064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실제 ESG와는 거리가 먼 '무늬만 ESG'인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전 세계 자산총액 상위 20개 ESG 펀드를 분석한 결과 각각의 펀드는 평균적으로 화석연료 생산업체 17곳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6개 펀드는 미국 정유사인 엑슨모빌에, 2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에 투자했다. 중국 탄광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펀드도 1개 있었다. 사회적·윤리적으로도 처참한 수준이었다. 여러 펀드가 도박과 주류, 담배사업을 하는 기업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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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린워싱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ESG 펀드의 14%는 전쟁 직전까지 러시아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과 로즈네프트,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이 이들은 러시아 국채도 보유해 러시아가 재정을 충당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비판 마저 제기되고 있다.
 
국내 ESG 상품도 겉과 속이 달랐다. 대형주 위주의 기존 상장지수펀드(ETF)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22일 기준 ‘KODEX 200ESG’의 포트폴리오 상위 10개 종목은 삼성전자(27.05%), SK하이닉스(7.83%), NAVER(4.60%), 삼성SDI(4.00%), 현대차(3.63%), 카카오(3.17%), 기아(2.81%), KB금융(2.33%), POSCO홀딩스(2.06%) 등이다. 코스피 대형주를 담은 ‘KODEX 코스피’와 비교해 비중만 다를 뿐 종목은 거의 닮은 꼴이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그린워싱 논란을 넘어 금융당국의 조사·처벌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 자회사 도이체자산운용(DWS)은 작년 3월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전체 운용 중인 자산 9000억유로(약 1204조원) 중 절반인 4590억유로(약 614조원)를 ESG 기준에 따라 투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DWS의 전(前)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DWS가 적절한 ESG 평가시스템을 보유하지 않았고 실제 ESG 기준에 적합한 펀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해 ‘ESG 자산 50%’은 허위 공시라고 고발했다. DWS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부인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의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최근 독일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아소카 뵈르만 DW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전격 사퇴하고 말았다.
 
미국 수탁은행 BNY멜론의 자회사 BNY멜론투자자문도 SEC로부터 허위 ESG 투자정보를 기재한 혐의로 벌금 150만달러(약 18억원)를 부과 받았다. SEC가 투자자문사의 그린워싱을 규제한 첫 사례다. BNY멜론투자자문사는 고객사에 제공한 서류에서 “펀드가 집행한 모든 투자가 ESG 품질 검토를 거쳤다”고 안내했지만 조사 결과 일부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집행한 뮤추얼펀드의 투자 185건 중 67건이 ESG 품질심사 점수가 미달된 투자였다. 투자액 규모로 펀드 순자산의 2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미국·유럽·호주, 그린워싱 규제 시행·강화
 
그린워싱이 발생하는 이유는 ESG 여부를 가려낼 수 있는 평가체계가 아직 구축 단계에 있는 등 명확하고 일관된 그린워싱 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기준과 규제 미비로 외부기관은 금융사의 내부 ESG 프로세스를 직접 검증할 수 없다. 금융사는 당장의 가시적인 ESG 성과 창출을 위해 무리하게 ESG 활동을 부풀리고 싶은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임재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ESG·기업금융연구실장은 “금융사 입장에선 그린워싱 논란에 휩싸일 경우 명확한 판단기준이 없어 객관적인 입증에 한계가 있고,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평판 훼손 등의 부작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ESG 상품 개발 노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규제환경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그린워싱 논란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은 ESG 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는 3월부터 녹색 상품을 제공하는 펀드운용사들이 광고와 실제 상품이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6일 탄소중립에 맞는 친환경 산업 분류 체계인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최종안을 마련했다. 기업과 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지침서로 활용되는 EU 차원의 공식 친환경 기준이다.
 
미 SEC는 5월말 ‘ESG 투자상품 공시 규정안’과 ‘펀드 명칭 규칙 개정안’ 두 안건을 상정하고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규정안은 일관적이고 비교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투자자문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사가 ESG 관련 펀드의 공시기준에 따라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에는 전체 투자자산 중 최소 80% 이상을 펀드 이름에 명시한 특정 분야에 투자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도 ESG 펀드를 표방한 간접투자의 수요가 늘어나고 관련 상품의 출시가 향후 지속될 것”이라며 “개별 기업의 ESG 공시와 관련된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만 이와 별도로 간접투자기구인 펀드의 그린워싱 문제는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관련해 아주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펀드와 관련된 ESG 공시 문제를 조속히 논의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 에프앤가이드는 ESG 펀드의 전략, 의결권 행사 내역, 운용사의 ESG 정책 및 전담조직 여부 등을 직접 실사해 ESG 펀드 인증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사진=NH아문디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제공]
 
국내에서도 ESG 펀드의 그린워싱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의 ‘ESG 펀드인증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다. 에프앤가이드는 △ESG 펀드의 전략 △의결권 행사 내역 △운용사의 ESG 정책 및 전담조직 여부 등을 직접 실사해 운용사와 ESG 펀드인증을 진행하고 외부 자문단으로 구성된 ESG 펀드인증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인증을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에프앤가이드 관계자는 “향후 운용사가 ESG 펀드 운용을 통해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와 그에 적합한 투자방법 및 운용 프로세스를 갖추고 실제 목적에 적합하게 투자를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성적인 평가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는 현재까지 △100년기업그린코리아(NH아문디자산운용) △우리지속가능ESG(우리자산운용) △우리하이플러스단기우량ESG채권(우리자산운용) 3개 펀드를 인증했다.
 
박학주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는 “ESG를 투자프로세스뿐 아니라 경영 전반에 도입한다는 것은 전담팀 구성을 비롯한 많은 인프라 투자를 수반한다”며 “이번에 에프앤가이드에서 ESG 펀드 인증을 토대로 ESG 퍼스트 경영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영권 우리자산운용 대표도 “이번 인증을 통해 ESG 투자역량 및 시스템의 우수성과 ESG 펀드의 운용 적합성을 대외적으로 확인받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지속적인 투자 프로세스 개선 및 운용 점검을 통해 투자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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