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아산병원 사태는 더 많이 발생할겁니다.” 충북대학교병원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배장환 교수는 2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같이 밝히며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와 응급의료 지원 확대’가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상급 빅5병원 중 한 곳인 서울아산병원 30대 간호사 A씨가 근무 도중 뇌출혈 증상으로 이 병원 응급실에 갔으나 제대로 된 수술 치료를 받지 못해 서울대 병원 응급실로 긴급 전원 조처된 후 사망했다.
병원 측은 전원 이유에 대해 당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의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빅5, 세계 50위권 안에 든다는 상급 종합병원 응급실에 뇌출혈 응급수술을 할 의사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건에 관한 진상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회 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진상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배 교수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저수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사태는 끊임없이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의 설명을 요약하면 모든 수술은 전문의 1명과 보조의사(전공의) 1명 등 2명의 인건비가 들어가고 이에 상응하는 수가가 책정된다.
전문의 2명이 필요한 수술임에도 전공의 대비 인건비가 훨씬 높은 전문의를 투입할 경우 병원은 적자상황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른바 ‘내외산소(내·외·산부인·소아청소년과)’로 꼽히는 필수의료계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려 왔으며 응급의료의 경우 야간에는 이번 사태와 같이 수술 전임의가 없는 한계 상황에 도달한 실정이다.
배 교수는 “충분하고 적정한 수가가 뒤따르지 않는 한 야간응급의료의 정상화 시스템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비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는 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는 이미 ‘자체 경영’이 어렵단 것을 사실상 정부가 인정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응급의료센터의 실태에 대해 배 교수는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응급의료, 필수의료에는 적정 예산을 안 쓴다”라며 “야간 응급의료가 주간 응급수술에 맞는 수당과 인건비를 책정해주지 않고 있으므로 병원은 운영을 위해 주간 수술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간수술 스케줄이 끝난 전문의가 퇴근해 버리면 야간 의료는 사실상 공백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 대형병원의 의료부분 채산성은 3%대 수준으로 정상운영을 위해서 병원 내 부대 임대시설 및 모기업 기부금 등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대형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통한 병원운영으로는 만성적 적자상황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필수의료에 따라붙는 병상과 의료진 및 의료기기를 갖추는 데 막대한 부담이 따라붙게 된다. 이른바 ‘전공의 주80시간 근무제(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도입도 의료공백 사태를 부추겼다. 이 때문에 해당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대학병원들도 교수와 펠로가 야간 당직을 서는 임시방편으로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배 교수는 전공의법으로 퇴근한 전공의를 야간 응급수술에 투입할 수 없고 이에 따른 ‘의료공백’이 불가피한 만큼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필수의료중심의 전문의료인력 확충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대형병원 의료진 공백 상황을 푸는 방법은 수가 정상화와 야간에도 전문의 의료 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이라며 “응급환자 수술을 위해 밤에 뛰어나오는 병원의 의사들과 직원들은 대부분 나올 때 마다 수술이 아무리 길어져도 2-3만 원의 추가급여만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배 교수는 “한국의 의료수가는 국민들의 소중한 목숨을 구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라며 “의사와 병원에 적정한 보상이란 방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비극은 계속 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비뇨의학과 A전문의도 “낮은 수가인 건 다 알지만 어떻게든 몸 갈아가며 수익 내려고 발버둥치는 게 의사들”이라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식당주인이나, 저수가에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사나 마찬가지 입장”이라고 알렸다. A전문의는 “이 같은 의사들의 희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와 대중은 의사들을 기득권 혹은 공공재 취급을 한다”라며 “현재에도 낮은 의료비에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 환자들 처지에서 의료진의 고충을 헤아리고 관련 처우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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