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시대다. 지난 한 해 대한민국은 정치·산업·사회구조 등을 막론하고 양극화와 다극화를 넘어 극심한 분열현상을 겪었다. 정치는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서로를 협치의 대상이 아닌 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 갈등은 소통 단절로 이어져 서로를 배척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성과 여성도 서로를 헐뜯다 못해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에 스카이데일리에선 2023년을 맞아 대립하는 집단·계층 간 분열 원인과 그에 대한 사회단합과 화합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윗 세대가 바라보는 아랫 세대 인식 ‘The MZ’
“‘The MZ’라는 말을 아는가. 개인주의 성향과 극단적인 워라밸을 추구하는 일부 MZ세대에 대해 ‘The’를 붙여 비꼬듯 강조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눈치보지 않고 칼 같이 퇴근하거나, 받는 만큼만 일한다는 식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드러낼 때마다 ‘The MZ’라고들 한다.”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 3개월 만에 회사를 떠난 이소희(가명·24) 씨가 직장 상사들 사이에서 이 같은 대화가 오가는 것을 우연히 들은 적 있다면서 전한 말이다. 이 씨는 본인이 퇴사한다는 얘기가 돌자 ‘요즘 애들’이라는 뉘앙스로 퇴사에 대해 끈기가 없단 식의 부정적인 얘기가 오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디어나 언론에서 강조하는 개인주의 성향의 ‘MZ 세대’의 이미지 때문에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인식이 이제는 더 이상 긍정적이지 않다고 느낀다”며 “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한 것이 순전히 적성에 맞지 않은 이유였는데 ‘MZ이기 때문에’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이 상당히 불쾌했고, 이 때 세대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소통의 부재가 세대간 갈등이 심화한 이유로 지적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이 깊어져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세대간 갈등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올해 3월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남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대 갈등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에서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1%에 달했다.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이 20%, 심각한 편이라는 응답이 61%로 집계된 것이다. 이같은 인식은 연령대별로 차이를 보인 경우가 아니었다. 연령대별로 봐도 최소 70% 이상의 응답자가 세대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1년 전 같은 통계에서는 전체 응답자 10명 중 3명 정도는 ‘윗 세대 혹은 아랫 세대와의 대화·생각·이해·협업 등 관계가 어렵다’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20대는 아랫 세대보다는 윗 세대와의 관계가 어렵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난 반면, 60세 이상에서는 윗 세대보다 아랫 세대와의 관계가 어렵다는 응답이 높았다.
심지어 앞으로 세대갈등이 더욱 심화하거나 더 나아지지 않고 비슷할 거라는 응답도 10명 중 9명 꼴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향후 세대갈등 심화에 대한 응답이 44%, 비슷하게 유지될 거라는 응답이 46%로 집계됐다.
아랫 세대가 바라보는 윗 세대 인식 ‘꼰대’
서울시 내에서 3년 째 대형마트에 종사 중인 최정훈(가명·26) 씨는 최근 직장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직장에 새로 부임한 팀장이 현장의 실정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추가 근무를 지시한 것이다. 현장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새 팀장이 업무 지시를 하게 되면서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모습에 최 씨는 실제 ‘꼰대’를 보게 된 것에 적잖이 놀랐다고 전했다.
최씨는 “평소 윗 세대를 꼰대로 바라보는 아랫 세대에 대해서도 배려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고지식하리만큼 권위적인 직장 상사의 소통 없는 태도에 ‘꼰대같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윗 세대가 존중받기 위해선 아랫 세대의 말에도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면서도 권위적인 사람을 이르는 속어인 ‘꼰대’는 젊은 세대가 윗 세대를 바라보는 전형적인 인식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가운데 자신보다 윗 세대에게서 세대차이를 느낀다는 젊은 층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어 꼰대라는 인식은 점차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윗 세대도 꼰대 소리가 듣기 싫어 아예 소통을 단절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전국 만 18세 이상의 남녀 1000여 명에게 설문한 결과 자신보다 20살 많은 사람에게서 세대차이를 느낀다는 응답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1년 전 같은 조사 때보다 6%p 증가했다. 자신보다 10살 위 사람에게서 세대차이를 느낀다는 응답도 53%로 8%p 증가해 과반을 기록했다.
이처럼 젊은 세대로부터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자, 꼰대라는 인식에 극도로 경계심을 나타내며 소통하길 포기하는 기성 세대도 적지 않다. 프렌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권은혜(가명·52세) 씨는 직원들에게 충고를 하고 싶을 때에도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권씨는 “소위 말하는 ‘꼰대’가 되기 싫어서 더 어른이란 이유로 참고 넘어가야 한다”며 “요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사고나 행동에 권위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과거보다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세대갈등을 비롯한 사회적 갈등이 국가 발전에 큰 걸림돌이라면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국민통합위)의 추진전략 및 성과보고회에서 “사회갈등과 분열이 심각하면 사회적으로도 큰 낭비”라며 “사회갈등과 분열을 줄이고, 국민이 하나로 통합해서 나가는 게 국가 발전과 위기 극복에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국민통합위는 △다양성 존중 △사회갈등 및 양극화 해소 △신뢰에 기반한 공동체 실현 △국민통합 가치 확산 등의 전략 목표를 제시하며 인구구조 변화는 물론 세대 갈등 완화를 위한 다양한 과제도 확정지었다.
계묘년 첫 해가 떠오른 지금, 한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여겨지는 세대갈등이 분열이 아닌 화합으로 나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지난해 5월 개최한 ‘세대·젠더 갈등 프레임과 국민통합’ 포럼에서 “국내 세대 갈등 프레임이 한국 사회의 계급구조와 각 세대 내의 계급 불평등을 세대 문제로 치환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세대·젠더 갈등 프레임을 통합은 물론 본질적 해결을 위해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 교수는 이어 “실재하는 불평등과 갈등 구조를 정확히 진단해야 제대로 된 통합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