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마피아와 아덴만의 여명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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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제2의 ‘범죄와의 전쟁’ 필요

이탈리아 마피아와 아덴만의 여명작전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16 23:55:35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조직 중 하나인 ‘코사 노스트라’의 두목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60)가 연초에 체포됐다. 그는 1992년 마피아 단속을 주도했던 지오반니 팔코네 검사와 파올로 보르셀리노 판사를 암살한 배후로 지목된다. 뿐만 아니라 이듬해 로마 등지에서 폭탄 테러로 경쟁 조직 두목의 아들을 포함해 10명을 살해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이처럼 무소불위의 위세를 떨치는 마피아의 기원에 대해 시칠리아 섬 자경단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레몬 농장을 도둑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임대농 세력에서 출발했다는 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현대적인 마피아는 1800년대에 등장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창기 마피아는 상인 등으로부터 보호비 명목으로 상납금을 받았다. 이후 도박과 매춘·고리대금업을 거쳐 마약 유통과 무기 거래 등 각종 불법에 개입해 엄청난 이득을 얻었다.

유엔에 따르면 코사 노스트라를 포함한 은드란게타와 카모라 등 3대 마피아 조직의 한 해 수입은 1160억 유로(약 161조 원)로 추산된다. 은드란게타가 2013년 벌어들인 돈만 530억 유로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는 당시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3.5%에 달한다. 이탈리아 사법당국이 체포된 데나로의 친척과 조직원 등에게서 그동안 압수한 재산만 30억 유로(약 4조1000억 원)에 이른다.

마피아 조직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각종 합법적인 사업에도 진출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폐기물 처리업’이다. 마피아를 다룬 미국 유명 드라마 ‘소프라노스’에서 주인공인 뉴저지주 마피아 보스 앤소니 소프라노(제임스 갠돌피니)도 폐기물 처리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온다.

3대 조직 중 폐기물 처리로 돈을 버는 조직은 은드란게타다. 이들은 정상적으로 처리하려면 t당 수백 달러 이상이 드는 유해 폐기물을 내전 상황이라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소말리아 앞바다에 갖다 버리고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폐기물로 바다가 더러워져 고기가 잡히지 않자 어부였던 이들은 해적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선박을 나포하고 인질을 잡아 수백 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했다. 무차별 해적 행위의 이유를 자신의 바다를 더럽힌 데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는 것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군 최초의 해외 인질 구출인 ‘아덴만의 여명 작전’도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탈리아 마피아의 수익 사업으로부터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마피아의 세력 확장과 유지에는 정치적 배경이 필수다. 줄리오 안드레오티 전 이탈리아 총리는 마피아와 관련된 혐의로 기소됐고, 그를 이어 이탈리아 정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도 수많은 마피아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전국구 조폭 두목 출신으로 알려진 한 사업가는 야당 대표의 도지사 시절 변호사비 대납과 640만 달러 불법 대북송금 혐의 등으로 1월 구속 기소됐다. 이후 한 경찰 출신 국회의원은 “검찰이 깡패까지 잡겠다며 설쳐대는 나라를 이상국가로 여기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됐다”며 한동훈 장관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범죄 조직이 자신에게 불리한 재판을 한 판사·검사부터 치안을 확보하려는 장군과 경찰 간부,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기업인과 언론인을 암살하는 나라보다, 사업가의 탈을 쓴 조폭이 기업을 무차입 인수해 회사를 껍질만 남기는 불법을 저지르는 나라보다, 조폭 변호를 많이 하던 ‘반달’ 변호사가 이들의 지원에 힘입어 기초단체장이 된 뒤 인허가권을 악용해 부동산으로 이득을 챙기는 나라보다, 공권력이 깡패를 잡아서 치안을 확보하는 나라가 국민이 살기에 훨씬 더 이상적이고 좋은 나라가 아닐까.

우리나라 범죄 조직은 이제 합법적인 사업에 뛰어드는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의 핵심 사안인 북한 관련 문제를 기웃거릴 정도로 커졌다. 대한민국에는 코사 노스트라도 은드란게타도, 카모라도 필요 없다. 지오반니 팔코네 검사와 파올로 보르셀리노 판사 같이 정의를 행하다 죽는 사람도 있어서는 안 된다.

노태우정부 시절 선포한 ‘범죄와의 전쟁’이 벌어진 지 30년이 훌쩍 지났다.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이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기 전에 ‘제2의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서라도 국가 안보 문제에까지 개입한 범죄 단체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