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청년 국회의원 실효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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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선거제 개혁과 비례성 강화 비판

여성·청년 국회의원 실효성 있나

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4-14 00:02:30

“김밥은 5000원 돈까스는 만 원이다. 대학에서 먹을 게 없다. 돈이 없어서 하루 한 끼만 먹는다. 물로 배를 채울 때도 있다.”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고 떠들썩한 요즘 대학가의 학생 체감 식비를 알아보겠다며 발품을 팔다가 들은 한 대학생의 기막힌 하소연이다.

내년 4월10일 딱 1년 남은 총선을 앞둔 현재 21대 총선에서 역대 가장 많은 의석수를 차지했다는 청년 국회의원들이 무엇을 했나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2020년 4·15 총선 당시 원내 진출한 2030세대 청년 국회의원은 총 13명이었고 이들 중 7명이 비례대표 의원이었다.

여성의원 또한 57명 당선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비례대표 28명과 지역구 29명으로 청년·여성 의원 모두 과반 가까이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주류 정치의 소외자를 자처하며 ‘청년’ ‘여성’의 타이틀로 전체 300의석 중 10%넘게 의석을 차지하고 해마다 7억 원을 훌쩍 넘는 세비를 받아간 끝에 나온 정치의 결말이 뭘까. 대학생이 밥을 굶어 다시 어른들이 ‘천 원 학식’을 챙겨 주는 꼴이 말이 아니다.

‘대리 게임 의혹’을 빚으면서도 27세의 나이로 21대 국회 여성 최연소 의원 타이틀을 거머쥐고 초선 의원이 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청년 여성 정치인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회기 내내 핑크색 원피스 차림 등으로 국회에 등원하며 국회에서 패션쇼를 즐긴다는 질타를 받았다.

국감장에는 점프수트를 입고 나와 대기업 임원을 꾸짖었다. 타투를 하고 등이 파인 드레스를 입고 국회 본회의장 앞 잔디밭에 서서 타투이스트를 옹호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각종 코스프레를 하며 지지자들을 만났고, 그때마다 카메라 셔터가 터졌다. 의원실을 놀이터처럼 꾸미겠다며 사무기구를 뺀 자리에 옷걸이와 대형 쿠션을 놓고 유력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심지어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했음에도 수행비서 갑질 논란이 일어난 유일한 청년 의원이기도 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류 의원을 비출수록 정의당에서 ‘청년’ ‘노동’은 멀어져 갔고 ‘여성’ ‘페미’라는 수식어가 강하게 따라붙었다. 포스트 노회찬 지도부로 정의당을 이끈 심상정 체제 아래에서 정의당은 ‘여성 우대당’이 됐다. 21대 총선에 앞선 비례대표 경선 투표에서 청년·여성·장애인·농어민 할당을 도입해 1번·2번 비례대표 자리를 줬다. 그 덕분에 생물학적 남성인 배진교 최다득표자를 밀어내면서까지 올라간 여성 청년 의원이 정의당의 두 석을 차지했다.

그 결과는 정의당원 간 갈등이었다. 기자가 만난 10년 차 진보당원은 남성 소외와 젠더 분열로 양분된 정의당을 떠나야만 했던 소회를 털어놓으며 정당정치에 강한 불신까지 내비쳤다.

같은 청년 당원에 상처까지 줘 가며 여성을 우대한 결과는 참담했는데, 정의당은 지난해 3.9 대선과 6.1 지선에서 참패하며 이른바 ‘0석 정당’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선거 직전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3%대의 바닥 지지율을 보여주며 원내 제3당의 존재감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럼에도 정의당은 반성은커녕 다시금 ‘청년’과 ‘여성’과 ‘비례제’를 주장하고 있다. 심 의원은 10일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해 20년 만에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더 많은 청년과 여성의 국회 진출을 위한 비례제 강화를 주장했다.

류 의원은 “시민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의원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에 반대하는 건 본인이 일하지 않고 놀았던 탓이다”라고 훈계했다. 의원 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선배 의원들을 ‘노는 의원’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같은 류 의원의 발언에 “가장 많이 논 건 류 의원 본인 아니냐”는 질책이 이어졌다. 여성·청년·비례대표 의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심 의원도 류 의원도 아닌 1년 후 유권자가 가장 먼저 결정할 것이다.

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