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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현대인의 병이다. 식품회사는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소비를 부추겨서 열심히 먹게 하고 살을 찌게 만든다. 건강기능식품 회사와 비만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회사는 이들에게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되는 건강기능식품과 비만 치료제를 팔아 매출을 올린다. 실컷 먹고 살을 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비만 치료제 개발은 골드러시를 연상시킬 만큼 제약회사들 간의 경쟁을 촉발시켰다. 많은 회사들이 비만 치료제 경쟁에 뛰어 들었다. 그 시발점은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다.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제 부문 세계 1위 제약회사다.
올해 창업 100주년을 맞은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가 주력인 제약회사로 글로벌 제약회사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그러던 노보 노디스크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개발하더니 그야말로 금광을 발견한 것처럼 초대박을 이뤘다. 두 치료제는 같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으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GLP-1) 기전으로 작용한다. 노보 노디스크는 두 치료제의 수요 폭증으로 매출이 올라 주가가 치솟으면서 유럽에서 LVMH에 이어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이 됐다.
요즘 너무도 잘나가고 있는 이 회사 덕분에 덴마크 경제가 재편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보국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극심한 경쟁으로 글로벌 기업 한 곳 키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가 쓸 수밖에 없는 제대로 된 신약 하나의 가치를 일깨우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블룸버그 등이 최근 노보 노디스크 사례를 보도하면서 잘 키운 기업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덴마크의 올해 국내총생산(GDP)를 4056억 달러로 예상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1일 기준으로 이보다 높은 약 4181억 달러(약 55조 원)에 달했다.
덴마크 경제도 이 기업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덴마크 대표 기업이 조립식 장난감을 만드는 ‘레고’와 해운회사 ‘머스크’에서 노보 노디스크로 바뀌었다. 노보 노디스크는 또 다른 덴마크 제약회사인 룬드백보다 시가총액이 10배가량 앞섰다.
덴마크 통계청의 요나스 댄 피터슨 수석 고문은 미국 뉴욕 타임즈와의 대화에서 올해 1분기 GDP는 제약 산업이 없었다면 전년 동기 대비 거의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경제는 이 기간 동안 1.9% 성장했으며 이 중 1.7%p는 제약 산업이 기여했다.
제약산업은 지식산업이다. 연구·개발의 성과가 세계적인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는 이러한 소프트파워가 국가의 성장을 이끈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제품의 대부분을 미국 등 해외에서 생산해 덴마크 국내 고용에 이바지하는 비율이 0.1%p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전형적인 고용 없는 성장의 사례다. 하지만 덴마크에서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납부하는 기업으로 덴마크의 국가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
덴마크와 노보 노디스크에 더 희망적인 소식은 넘쳐나는 당뇨와 비만 환자로 회사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 성인 1억 명 이상이 비만이다. 이는 미국 성인의 약 40%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지난달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위고비가 심장 질환의 위험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금까지 보험 적용에서 제외되었던 위고비의 보험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향후 보험 적용으로 약값이 종전보다 저렴해지면 경쟁 치료제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판매는 줄지 않을지 모른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10년 안에 2000억 달러(약 260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율은 지난 10년 동안 거의 3배나 증가했다. 현재 임상적으로 비만인 사람은 전 세계에서 10억 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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