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오세희 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직을 사퇴하고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신청을 한 가운데 재임시절 보여줬던 반(反)소상공인 행적과 정치 편향성 등이 논란이다.
6일 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신청을 한 오 전 회장은 당장 소상공인들이 적용 유예를 호소해오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강행처리한 민주당으로 공천을 신청해 소상공인의 비난을 사고 있다.
1월 시행된 중처법은 산업현장에서 사망 사고 등이 발생하면 사업주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문제는 이 적용범위가 대기업 뿐 아니라 동네 식당이나 빵집 등에도 적용돼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수천의 소상공인은 수차례 집회를 열고 중처법에 적용 유예를 촉구했었지만 민주당은 지난달 1일 당론으로 이를 거부했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의 결정이 소상공인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오 전 회장이 돌연 민주당 공천을 신청한 사실을 밝히자 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오 전 회장의 공천 신청과 관련해 소공연의 한 관계자는 “오 전 회장은 소상공인을 대변하기 위해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소상공인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악법인 중처법을 강행처리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민주당에 공천신청을 했다”며 “오 전 회장이 대변하고자 하는 소상공인이 도데체 어느 나라의 소상공인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사실 오 전 회장은 소상공인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소공연에 재벌자본을 유입시키거나 대표적인 반소상공인적 인사에게 감사패를 전하는 등의 과거 행적으로 소상공인들의 공분을 사게 된 지 오래다.
지난해 11월 오 전 회장 체재의 소공연은 재벌자본이 투입돼 그간 특별회원에 불과했던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전편협)를 소공연 정회원으로 승격시켰다.
편의점을 개설할 때 본사와의 계약유형에 따라 점포 임대료를 포함한 각종 개설비용에 재벌의 자본이 투입되는만큼 당시 소공연 회원 사이에서는 전편협 승격에 대해 우려와 함께 오 전 회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소공연 역대 회장들이 전편협을 정회원으로 가입시키지 않은 이유는 재벌 자본이 투입되어 재벌의 이해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인데 정회원 승격으로 전편협은 소공연의 선거권·피선거권을 포함해 소공연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CU의 경우 편의점을 오픈하기 위해서는 가맹비 외에 본사가 임대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투자조건에 따라 편의점주와 본사가 6:4 혹은 7:3 등의 비율로 영업이익을 배분한다. 본사와의 이 같은 이익 배분 구조 때문에 편의점은 재벌 자본인 본사 지침을 따르거나 이익을 대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지난해 오 전 회장은 과거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하며 최저임금 인상에 앞장서 온 정태호 민주당 의원에게 소상공인과 관련해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 왔다며 감사패를 전달해 소상공인들을 낙담시키기도 했다.
지금도 대한민국 외식업자 등 소상공인들이 장사하기 가장 힘든 이유로 꼽는 것 중 하나가 지난 정부에서 비싸진 인건비인데 정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주도한 대표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 의원은 2022년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민주당 공천을 신청한 오 전 회장의 친 민주당적 정치 성향은 재임 시절에도 여실히 드러나 이에 대한 우려 역시 나오고 있다.
오 전 회장은 2022년 국민의힘 소속으로 광역의원 선거에 출마한 소공연 회원에게 문책성 해명을 요구해 여당 후보의 선거운동 방해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정치 편향성 역시 논란이 됐다.
당시 소공연 내부에서는 과거에도 민주당 공천신청 이력이 있는 오 전 회장이 여당 후보로 정계 진출을 시도하는 회원에 대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 친민주당 성향의 오 회장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정치탄압을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소공연 소속 한 회원은 “소상공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서 연합회 차원에서 회원들의 정계 진출을 지원해줘도 시원찮을 판에 이런 식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공천신청을 하더니 민주당스럽게 내로남불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전 회장은 2022년 소공연 사업예산의 집행을 빌미로 정치 후원금이나 특별기금 등의 납부를 요구하는 이른바 ‘세금 갑질’을 직원들에게 강요해 논란이 됐는데 이에 대해서도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소공연은 매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사업비와 운영비 명목으로 예산을 배정받는다. 2022년 중기부에서 책정된 소공연 예산은 23억6000만 원이었고 지난해에는 3억 원이 더해진 26억6000만 원이었다.
이와 관련해 오 전 회장은 2022년 2월 소공연 내부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우리 법안이나 우리를 위해서 뛰는 의원들을 후원하지 않으면 민망해서 얼굴을 못 본다”며 “우리가 100만 원이나 200만 원짜리 광고를 주는 업체들에게 의원들 후원금을 합법적으로 내라고 할 수는 있다”고 강요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광고비도 내주는데 우리가 갖는 것도 아니고 우리를 위한 곳에 후원금을 내게 하는 게 얼마나 합법적이냐”며 “의원들에 대한 후원금은 많이는 안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러니 후원금 낼 업체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오 전 회장의 이 같은 지시는 사실상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기부의 알선에 관한 제한’을 규정한 정치자금법 제33조를 보면 ‘누구든지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시 기부를 받은 자뿐 아니라 알선한 자까지 모두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소공연 한 회원은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입장에서도 직원들에게 이런 부도덕한 지시를 내렸던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면 더하지 않겠느냐”며 “행여 나중에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소상공인을 대표한답시고 소구하고 다니며 소상공인 이름에 먹칠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 전 회장은 6일 민주당 비례대표에 공천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러 정황상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민주당 측과 물밑에서 사전 교섭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12일에도 민주당은 오 전 회장과 만나 공식적으로 ‘소상공인 정책간담회·정책과제 전달식’을 가진 바 있다.
소공연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 전 회장이 6일 공천신청을 했다는 것은 이미 사전에 민주당 측과 어느정도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논란이 있는 인사를 국회의원 후보로 고려하고 있는 민주당이 앞으로도 소상공인의 권익증진을 위한 활동은 제대로 할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흥수·김나윤·노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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