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한의 중국고전] ‘분뇨 장군’이 자랑스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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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 심리전 한다며 인간의 선 넘은 北
종북주의자들, 정신 차리고 광명 찾기를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6-03 06:30:33

▲ 2021년 10월 평양 3대 혁명 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김정은(오른쪽) 노동당 총비서 뒤로 김여정(가운데) 노동당 부부장이 박수 치고 있다. 연합뉴스

양호(羊祜)·육항(陸抗)은 각각 서진(西晉)·손오(孫吳)의 장수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싸움의 주인공들이면서도 인간의 선은 지킨 인물들이다.

양호는 서기 269년 도독형주제군사(都督荊州諸軍事)에 임명돼 양양(襄陽)에 주둔했다. 손오도 육항을 진남대장군(鎭南大將軍)에 봉해 양호를 막게 했다. 양호는 산발적 국지전에서 붙잡힌 손오 측 장졸·백성 중 귀국 희망자는 전부 고국으로 돌려보냈다. 손오 백성들은 양호의 덕을 칭송했다. 싸우지 않고 손오를 무너뜨리려는 양호의 고도의 심리전이었다.

심리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양호가 병사들과 사냥에 나서자 육항도 수하들과 노루잡이를 나왔다. 양호는 “절대 저들 영지를 침범 마라”며 좌우를 단속했다. 사냥을 마친 뒤에는 손오 군의 화살에 맞은 사냥감을 육항에게 모조리 돌려줬다.

육항도 지지 않고 인덕 과시에 나섰다. 그는 노루 등을 싣고 온 서진 측 사자에게 “너희 장군이 술을 좋아하시냐”고 물었다. 사자가 고개 끄덕이자 육항은 잘 담근 술 한 동이를 내줬다. 양호의 좌우는 “독을 탔을지 모릅니다”며 말렸다. 그러나 양호는 “육항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며 ‘육항주’를 한 방울 남김없이 말끔히 비웠다.

어느 날 육항이 병들어 눕게 됐다. 양호는 “나와 같은 병일 것이다” 혀를 차며 탕약(湯藥)을 지어 보냈다. 육항의 좌우는 “위험합니다” 말렸으나 육항은 “양호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며 물리쳤다. 그는 ‘양호탕’을 한 방울 남김없이 모조리 마시고서 말끔히 완쾌됐다.

약 2000년 전 두 영웅의 정정당당한 심리 대결과 대조되는 아주 ‘더러운’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북한이 심리전을 한답시고 대남(對南) 풍선을 띄워 보내면서 거기에 ‘오물’을 매단 것이었다. 김여정은 ‘분뇨 폭탄’이 자랑이랍시고 “성의의 선물이다”고 지껄였다고 한다. 정작 북한은 이번 사건으로 온 지구촌 사람들 앞에서 자신들 얼굴에 ‘똥칠’했다는 걸 모르고 있다.

종북(從北)주의자들에게 묻는다. 저게 자랑스러운지. 저게 당신들이 말하는 혁명 정신인지. 자유민주주의보다도 ‘분뇨 장군’이 더 숭배할 대상인지. 피아 간에도 지켜야 할 인간의 선이라는 게 있다. 일말의 염치라도 남아 있다면 이제는 정신 차리고 자수하여 광명(光明) 찾자.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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