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5º
미세먼지 좋음
여수 29.8º
미세먼지 보통
울산 27.4º
미세먼지 보통
제주 31.7º
미세먼지 좋음
)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 한강의 백사장 상공에서는 매년 국군의 날이면 에어쇼가 펼쳐졌다. 에어쇼가 국군의 날 시가행진과 함께 인기 프로그램이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창공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을 펼치면 지상의 관람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곤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 에어쇼의 주인공은 팬텀 F-4였다.
F-4는 적기를 레이더로 먼저 포착해서 선제공격하고, 내륙의 전략 표적을 타격하는 능력을 갖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전투기였다. 북한의 주력인 미그기를 잡는 도깨비였다. F-4 팬텀은 수평 꼬리날개 사이로 두 개의 엔진이 내뿜는 불길이 도깨비 얼굴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하늘의 도깨비'라는 별명이 붙었다. 단순한 전투기가 아니라 전폭기·정찰기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터미네이터였다.
미국 맥도넬더글러스(MD)사가 개발한 전투기로 1961년 실전 배치됐지만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1969년 8월이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에 보은하느라 미국이 군사원조로 F-4 6대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데 따른 것이었다. 여러 형식의 팬텀기가 꾸준히 도입됐고, 특히 1974년 도입된 F-4E 5대는 국민이 모은 방위성금으로 마련했기에 의미가 각별하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 팬텀기들에 ’필승편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이름은 제10전투비행단 153전투비행 대대가 물려받아 지금까지 사용해 왔다.
팬텀은 1971년 전남 소흑산도에 출현한 간첩선 격침 작전에 투입됐고, 1983년 북한 이웅평 대위가 미그기를 몰고 연평도 상공으로 귀순했을 때도 작전을 맡았다. 간첩선 격침 작전·소련과 중국 정찰기 격퇴 작전·적의 도발을 억제하는 한미연합훈련 등을 모두 팬텀이 담당했다. 팬텀 계열 전투기는 한때 최대 190대에 달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순차적으로 역사 속으로 퇴역할 수밖에 없었다.
55년간 영공을 수호해 온 마지막 팬텀이 얼마 전 수원기지에서 공식 퇴역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퇴역식에서 임무를 마친 팬텀의 기수에 화환을 건 뒤 명예 전역장을 수여했다. 그간 영공을 지켜 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이 땅 위에 이제 공군의 전설이며 역사인 팬텀은 더 이상 없다. 하지만 팬텀에 깃들어 있던 국민의 안보 의지와 염원을 가슴에 영원히 간직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늘의 도깨비’ 팬텀기여 영원하라.
박병헌 디지털뉴스국장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1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연재기획 ‘CIA와 대한민국’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