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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실 외면한 ‘5·18 진상규명’ 처음부터 다시 하라
조사 내용 중 문제 제기한 3인 위원 의견 묵살
결론 정해 놓고 꿰맞춘 것 아니냐는 의구심 야기
“북한군 5·18 개입 확인”前국정원장 증언도 무시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6 00:02:02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4년간의 조사 활동을 마치고 그간의 진상조사 결과를 밝혔다. 또 조사 활동 내용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발송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사위의 발표 내용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5·18의 진상을 파악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발단과 사태의 성격을 명쾌히 규명하지 못한 채 기존의 주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과정을 꿰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조사위는 최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대국민 보고회’를 가졌는데, 우선 국민에 보고를 드린다는 이 자리엔 자기들 입맛에 맞는 5·18 단체장과 관련 인사만 초청됐다. 국민대표는 물론 5·18을 연구하는 학자나 신문·방송 등 언론사 취재진도 초대되지 않았다. 심지어는 질의 시간에 5·18역사연구원 대표를 맡고 있는 이두호 전 구국동지회 회장의 질문도 막았다. ‘대국민 보고회’라는 이름을 건 행사가 실제로는 ‘코드’에 맞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었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조사위 활동은 519억의 국가예산을 투입해 4년에 걸쳐 진행됐다. 조사위는 상임위원 3인과 비상임위원 6인으로 구성됐는데, 이 중 이종협 상임위원과 이동욱·차기환 비상임위원 등 3인의 위원이 문제 제기를 하며 대국민보고회에 불참해서 관심을 끌었다. 이 위원들은 지난해 12월까지 심의·의결된 17건의 개별 직권사건 조사결과 보고서와 그 내용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조사위가 표결로 밀어붙여 채택된 내용이 많다며 항의한 것이다.
 
이 상임위원을 비롯한 3인의 위원들은 다른 위원들이 ‘기총소사가 사실로 규명됐다’는 취지로 전원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가 증명이 미흡한 일방의 주장을 근거로 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오히려 ‘헬기를 못 봤다’는 신빙성 있는 증언은 고의로 배제한 데 대해 질책한 바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조사위가 최종보고를 앞두고 5·18 성격 규명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권영해 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장의 양심 증언이 나왔음에도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993년 국방부 장관에 이어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안기부장을 지낸 권 전 부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거의 금기시되던 ‘북한의 5·18 개입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권 전 부장이 폭로한 내용은 “정보기관장 재직 시절 북한의 5·18 개입을 우리 정부가 직접 확인했다”는 것이다. 전직 정보기관장이자 정부 최고위직 인사가 북한의 5·18 개입에 대해 확인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단서를 조사위는 조사결과에 반영하지 않았다.
 
조사위가 진정으로 역사의 진실을 찾아내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권 전 부장의 증언을 귀담아 듣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5·18을 ‘계엄군(정부군)과 시민군의 내전적 성격’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남북한 군사 대결과 전쟁 성격의 국지도발’로 볼 것인가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북한군 개입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5·18조사위를 두고 명백한 증거를 외면한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위는 종합보고서에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전문에 반영할 것과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업 기본법’(가칭)을 제정할 것 등을 국가에 권고했다. 결국 5·18 성역화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군 개입에 대해 함구하는 최종보고서는 역사 규명과 거리가 멀다. 지금이라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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