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용접공 부족에 원전 차질… 한국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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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넘어 유럽 원전 수주 시대 열자

유럽, 숙련 용접공 없어 원전 못 지을 상황
SMR 원전 기술 이용할 경우 ‘국익 창출’ 예상
美 2050년 까지 원전 증설… 진입 노릴 수 있어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4 14:00:33

심각한 용접공 부족·건설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각국이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신규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원전은 엄청난 압력과 고온 환경에서 작동하는 데 이를 견딜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용접 기술이 필수적이다. 체코 원전 수주로 유럽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 만큼 원전의 용접 국산화 공정 비율을 높여 글로벌 원전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22일 프랑스 법학 박사이자 원자력 전문가인 황재훈 변호사는 “프랑스는 전체 전기 에너지 원 중 원전비중이 70프로에 달하는 국가이고, 국내외에서 원전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숙련용접공의 부족으로 원전 건설에 고질적 지연문제를 겪고 있다”며 “일례로 프랑스는 EDF가 영국 힝클리 포인트 C 원전 건설을 맡았으나 여러 차례의 공사 지연과 비용 초과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으며 현재도 상시 고용 공고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유럽은 대형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데 이 중 상당 수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유럽의 약점인 ‘용접공’ 문제 해결에 집중할 때 제2의 원전 수주 호황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내 용접 기술은 단순히 자동화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 연구 개발을 통해 세계 최정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수주에 성공하며 한국의 원전 기술력이 다시 한번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도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팀코리아’를 구성한 덕분이었다. 팀코리아는 가격 경쟁력과 안정적인 비용 관리·정해진 예산 내 적기 시공(On Time & Within Budget) 전략을 통해 가능했다.

조성진경성대 에너지과학과 전 교수는 “우리나라는 40년 이상 원전 건설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외 20여 기 원전 건설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한국 원전은 이미 기술 자립에서는 성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전 교수는 원전 수주에 있어 용접의 중요성에 대해 “원자로 주변 기기들과의 연결 혹은 원자로 건물 외벽의 라이너 플레이트의 용접은 매우 중요하고, 불량이 날 경우 균열·누출에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해수·화학 물질·고온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력이 높은 용접을 해야 하므로 용접 기술 보유 인력은 원전 수주에 필수”라고 부연했다.

▲ 영국 힝클리포인트C 원전 건설 관련 제작을 맡고있는 프랑스의 프라마톰사의 홈페이지에는 늘 경력직 용접공을 구한다는 공고가 떠 있다. 프라마톰사 홈페이지 캡처

유럽 용접공 부족 문제로 원전 공사 지연

韓기업에 ‘해외 원전 건설 사업 진출 기회’

맞춤형 SMR모듈 제작 방식으로 해외 수주↑

15년간 공을 들인 이번 수주는 체코 두코바니 2기 원전 건설을 시작으로, 향후 테멜린 지역 2기 원전 추가 건설 시 우선 협상권을 확보하는 옵션도 포함됐다. 한수원은 2025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과 체코 간의 경제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원전 수주에 필요한 주요 용접 기술은 △수동 용접 △반자동 용접 △자동 용접 △특수 용접 등이 있는데, 최첨단 기술과 엄격한 품질 관리가 되는 해당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최고 수준이다.

로봇 용접 솔루션 전문가 조상명 부경대 명예교수는 “전 세계적 수동 용접사 부족 현상은 공통적이지만, 유럽·미국·캐나다·호주에서 이 현상은 더 심하다”며 “원전 건설은 고품질 용접을 엄청나게 많이 응용하는 산업 분야”라고 했다. 이어 “주기기는 주로 공장내 용접을 하지만, 배관과 격납고 등의 용접은 건설 현장에서 이루어진다”며 “UAE나 체코 원전처럼 우리가 수출하는 원전건설에서는 한국의 공장에서 용접을 많이 할 수 있게 되면 국내의 일자리 창출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현재 시행 중인 모듈 공법 공장에 모듈을 먼저 용접 제작하고 큰 모듈 형태로 이동한후 건설 현장에 투입하여 공수(工數)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응용하면 된다”며 “이 경우 현장 용접사를 최소한으로 조달해도 되고, 국내 일자리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는 로봇 용접을 적용하기 좋은 환경이 제공되고 있어 공기(工期) 준수에도 유리하다”며 “로봇용접 4대기술 ‘용접 공정 설계·디지털 전환·지그 설계·센서 응용’이 일부 현장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대형 금속 제품까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한편, 원전 시장은 유럽을 넘어 미국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량 200GW를 증설할 예정이라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6월 발표로 미국 시장 진출도 노려 볼 수 있다고 본 조상명 교수는 “소형 모듈 원전(SMR)과 대형 원전을 함께 사용할 텐데 이 경우도 원전 핵심 기기와 보조기기 및 주조·단조 등 원소재와 복잡한 용접과 조립을 한국 기업과 우리 엔지니어들이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