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이 2년 연속되고 있어 우려된다. 올해 세수 부족 예상치는 33조2000억 원으로 작년(56조4000억 원)보다 낮아지긴 했다. 국세 수입 감소의 ‘주범’은 법인세다. 1∼4월 법인세수는 22조8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12조8000억 원 감소했다.
현재 재정 상황은 균형 기조로의 선회를 요구한다. 물론 증세하면 단기적으로 세수는 들어올지 모르지만 안정을 꾀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재정지출의 효과적 관리가 우선이다. 법인세수는 원래 경기변동과 내수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항목이라 예산상 세입 대비 실제 세수에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는 세출 구조조정 및 예산 불용 등의 방법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감세정책은 그간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온 상속세·종부세 등에 대해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개편하려는 미래 지향적인 조세정책이다.
예컨대 상속세의 국제적 동향을 보면 상속세가 아예 없는 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호주·캐나다·노르웨이 등 15개국이고, 상속세가 있는 나라는 23개국이다. 이들 23개 나라 중에 우리나라처럼 배우자·자녀 등에게 상속세를 물리는 나라는 19개국이다. 이들 나라의 상속세 최고 세율 평균값은 26.1%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최고세율을 45%에서 50%(기업 최대주주 20% 할증을 포함하면 60%)로 올리고 최고세율 과세표준 구간을 50억 원에서 30억 원 초과로 낮춘 이후 24년 동안 세율과 과세표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최고세율 50%는 OECD 회원국 평균세율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이에 상속세제 개편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세제 개편 중 형평성도 과제다. 고소득자에게만 증세 부담을 주면 세입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 계속 증가하는 복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세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중산층까지 포함하는 증세 방안을 고민하는 게 합리적이다. 납세자 중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의 77%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반면 근로자 10명 중 약 4명은 면세자로서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고소득자의 소득세 비중이 큰 것은 세율이 높은 탓도 있지만 높은 면세자 비율이 고소득자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크게 만드는 영향도 상당 부분 있다. 면세자는 36% 안팎이다. 호주(15.8%)·캐나다(17.8%)·미국(30.7%) 등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런 현상은 법인세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2019년 상위 0.1% 법인이 법인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1%·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71.2%에 달했다. 정부가 ‘넓은 세원·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원칙을 실현하지 못하고 ‘좁은 세원·높은 세율’로 고소득자·대기업에게 세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종부세는 재산세와 통폐합하는 게 온당하다. 종부세와 재산세는 부동산 보유에 대해 세금을 물린다는 점에서 과세 취지가 동일하다. 이중과세 논란이 이는 요인이다.
윤석열정부는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양극화를 최소화하고 피해계층을 돕는 것은 당연하지만 조세구조 정상화를 위해 중심축의 하향 조정 등 과세 기반의 점진적 확대에 나서길 바란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표적 증세는 납세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조세집중도를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소득세 감면이나 공제를 줄여 면세자 비율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넓은 세원·낮은 세율’이라는 조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고소득자 세금 중과가 계속되면 제대로 된 ‘사회적 연대 강화’라고 할 수 없다. 정책은 합리성을 따져 보고 추진해야 한다. 재정건전성 확립을 위해 정부가 지켜야 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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