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그 성과가 가계소득과 소비로 퍼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성과급과 설비투자, 세수 증가가 내수를 뒷받침할 수 있지만 혜택이 일부 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되면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7일 ‘2027년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에서 AI 투자에 따른 성장 효과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 소득이 가계와 다른 산업으로 얼마나 확산하는지가 내년 경제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AI 투자 수혜는 반도체와 장비 공급망에 먼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AI 연산 장비를 늘리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의 수출과 이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앞서 산업통상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4일 발표한 ‘9월 정보통신산업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603억 3000만 달러로, 같은 달 전체 수출액 1209억 4000만 달러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문제는 기업의 호황이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속도다. 신한투자증권은 국내 기업의 영업잉여가 빠르게 늘어난 반면 근로자에게 지급한 보수의 증가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뎠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의 성과가 기업에 먼저 쌓이고 가계에 전달되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것이다.
성과급·설비투자 타고 내수로, 수혜 확산은 과제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내수로 이어지는 경로는 성과급·설비투자·세수다. 성과급은 가계소득을 늘리고, 공장과 장비 투자는 건설·설비 업종의 일감을 만든다. 늘어난 법인세가 재정지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6년 전망에서 국내 경제성장률을 올해 3.6%, 내년 2.9%로 제시했다.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와 확장재정이 내년 성장을 뒷받침하고 성과급과 이전소득 증가가 가계의 소비 여력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22일 ‘향후 민간소비의 회복 여건 점검’에서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성과급이 내년 소비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성과급 확대가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0.10~0.15%p 높일 수 있지만, 수혜 가구가 한정돼 효과가 널리 퍼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성과급이 고소득층에 집중되면 저축이나 자산 투자로 이어져 소비 진작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고금리와 생활비 부담도 소비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민간소비가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가격과 기업 이익의 증가세가 둔화하면 수출의 성장 기여도도 낮아질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AI 투자가 성장을 지지하더라도 생산성 개선과 소득 증가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성과급과 투자, 재정을 거쳐 가계와 다른 업종으로 얼마나 전달되는지가 내년 경기의 체감도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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