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 아파트로 드러났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련 건설 카르텔은 심각했다. LH 출신 감리업체 임직원이 입찰 과정에서 뇌물을 주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스카이데일리가 31일 공공건물 감리 입찰 부정에 대해 묻자 LH 관계자는 “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혐의자)일부가 과거에 LH 소속이었다는 것 뿐이지 재취업 제한 등 규정상 어긋나는 부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H 출신이 뇌물 사건에 연루됐지만 절차상으로 적합하다는 해명이었다. 그러나 순살 아파트 관련 담합 과정을 살펴보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김용식) 수사로 드러난 LH 관련 건설 카르텔은 심각했다. 감리회사들은 낙찰자를 미리 정하고 서로 들러리를 섰다. 낙찰가를 높여서 마련한 돈은 심사위원에게 건넬 뇌물로 사용됐다. 짬짜미를 통해 일감을 따낸 LH 카르텔은 감리에 소홀했다. 철근 없이 지어진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부실공사와 부실감리 속에서 마치 뼈가 없는 순살 치킨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서울중앙지검은 30일 철근 누락으로 무너져 순살 아파트로 불렸던 검단 신도시 아파트 등 공공건물 감리 입찰 담합과 금품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거래조사부는 입찰 담합과 금품 수수와 관련된 68명을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뇌물을 주고받은 감리업체 대표와 심사위원들은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감리업체로부터 낙찰 청탁을 받고 300만~8000만 원 정도의 금품을 받은 전·현직 대학교수· 시청 공무원·공공기관 직원 등 심사위원 18명과 뇌물을 공여한 임원 20명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뇌물공여 등 혐의를 적용했다. 수사 과정에서 약 6억5000만 원은 추징됐다. 검찰은 “감리업체들이 LH 전관들로 이뤄진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군사작전 하듯이 일사불란하게 위원들에게 고액의 현금을 ‘인사비’ 명목으로 지급해 공정이 생명인 공공입찰 심사 점수를 흥정했다”고 지적했다.
심사위원이 회사명 등의 정보를 알 수 없는 블라인드 심사였지만 감리업체들은 심사 서류에 특정 문구·표식 등을 남기는 방식으로 이를 우회했다. 서로 연락할 때에는 증거 수집이 어려운 공중전화나 모바일 앱 텔레그램을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적발된 심사위원은 메신저를 통해 아내에게 “이제 일해서 돈 버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앞으로 (정년까지) 9년 8개월 남았는데 죽어라 심사하고 돈 벌어야지요”라고 말했다. 입찰 업체 선정 과정에서 뇌물이 만연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LH 관계자는 “2021년부터 LH 발주 공사에 LH 직원이 (입찰)심사위원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바꾸어 말하면 2021년까지 LH 전현직 직원이 LH 발주 공사 감리 입찰 업체를 선정하는 데 참여했다는 뜻이다. 검찰은 2019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LH 용역 79건에서 담합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해 4월 검단신도시에서 지하 주차장이 붕괴되자 사과했다. 이한준 사장은 건설 카르텔과 부실시공 근절을 위한 LH 책임관계자 긴급대책회의를 통해서 전관 특혜 의혹을 불식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LH 전관이 포함된 업체 입찰은 아직까지 근절되지 못했다.
퇴직자가 소속된 감리업체와 관련하여 LH는 “퇴직자 재취업시 적용되는 취업 심사 기준을 강화했다”면서 “5년 이내 퇴직자가 포함된 회사와 수의계약을 내규로 제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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