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 덕장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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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6 00:02:30

정치권 입김이 통하면 안 되는 곳이 있다.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와 국방·안보 분야다. 생명 수호라는 본분을 위해 실전을 펼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집도의는 칼을 들고 환자의 목숨에 베팅하며 수술을 한다. 장군은 용사의 목숨을 담보로 전장을 지휘한다. 응급의료와 야전은 두 분야에서도 최전방이다. 생과 사가 오가는 곳이다. 큰 칼과 작은 칼의 차이일 뿐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이 두 곳이 무너지고 있어 안타깝다. 의사는 응급실을 떠나고 군 간부는 야전에서 줄 전역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에는 환자·무기만 남아 응급의료·최전방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비상 의료 응급 상황에서 목숨 건지는 것은 그야말로 운에 달렸다는 우스갯말이 나오고 있듯 야전에서는 군 지휘체계가 구멍 나 싸울 병력이 있을지언정 전차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군간부들의 사기가 떨어질대로 떨어졌다는 반증이다.

군사 분야는 보수와 처우를 보면 다른 직군에 비해 형편이 없다. 명예를 먹고 사는 이 두 직군에 대한 리더십은 국민과 국가가 지켰어야 했다.

이들은 “인생을 희생하며 아무도 오지 않는 사지에 스스로를 내몰았다. 떠난 이후 뒤도 돌아보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무너진 군과 의료는 정치인과 대중의 포퓰리즘 희망 회로를 배신할 것”이라고 한다.

1987년 이후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정치인들이 ‘칼’을 든 이들을 줄줄이 단두대에 올린 뒤 문책을 시작한 게 문제였다. 희생을 담보로 명예와 존중을 위해 일평생을 달린 이들의 지휘권은 농락당했다. 5년·4년짜리 선거 정치로 자리를 얻은 이들은 법과 정책 ‘문’의 영역 위에 이들을 올렸다.

선동정치로 표상되는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인에 무관들이 볼모가 잡힌 셈이다. 이들은 의대 증원 및 병영 혁신을 이유로 의사와 군간부를 마녀사냥의 단두대에 올렸다. 책임을 묻고 감옥에 가두거나 자리를 빼앗았다. 다수 논리로 움직이는 민주주의의 폐해였다.

머릿수가 많은 환자와 병사의 권리가 최우선됐다. 환자를 잘못 수술한 죄·얼차려와 군기 교육을 한 죄 등이 언론에 등장하고 재판의 대상이 됐다. 업무 중 과로사나 사고사로 죽어 나간 의료진과 군간부의 희생은 잘 다뤄지지 않았고 무시되기 일쑤였다. 야전에서 ‘생명과 국방’을 지키기 위해 달렸던 무관들은 순식간에 중죄인이 됐다. 문관의 시대에 무관이 완장을 찬 댓가였다.

응급실에서는 우스갯말로 “소송에 안 걸린 응급의학 전문의가 없다”는 말이 회자된다. 야전 장교들은 “개혁을 외치면 별을 포기해야 한다. 별 다는 이들 중 정치 카르텔에 속하지 않은 이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정치인들은 전방 부대를 수시로 찾는다. 사진에 찍히고 언론이 떠들썩하게 보도한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달라지는 게 없었다고 한다. ‘군 수뇌부에 희망이 없다’고, 항상 ‘듣는 척만 한다’고….

뇌관을 터뜨린 것은 윤석열정부였다. ‘의대 증원’과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이 그 중심에 놓였다. 대중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던 군간부들은 쌓이고 쌓인 울분을 토하지 않고 침묵했다. 자신을 ‘공노비’ ‘사노비’라 비하하면서 말이다. 역시나 정치인·언론·대중은 떠나는 군 수뇌부에게는 무책임하다고 또다시 비난을 쏟아 낸다.

윤 정부는 최근 신원식 국방장관을 교체했다. 경호처장 출신 김용현 예비역 육군 중장이 장관 후보자다. 그는 무엇보다 군간부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인’ 국방부 장관에 절망하고 있는 군에 김 후보자는 ‘장관이 아닌 덕장’이 될 수 있을까. 잘나가는 방위산업만 홍보하며 당·정의 나팔수로 전락하지 않고 군의 위상을 다시 세워 주기를 바란다.

장혜원 정치사회부 차장대우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