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 개원 첫 날부터 정국 주도권 두고 '난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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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출범 95일 만…민주, 2특검·4국조 추진
여, 국회 정상화가 먼저…야, 정부 예산 대대적 칼질 예고
'계엄령 준비설' 두고 링 밖 설전도 '후끈'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2 13:55:52

▲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한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하자 상당수 야당 의원은 기립 대신 ‘노룩 악수’로 대응했다. 국회방송 캡처

22대 국회가 역대 최장 지각 개원식을 치렀다. 여야는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듯 ‘87년 체제’ 이후 첫 대통령 불참 소식을 두고 개원 첫 날부터 강도 높게 대치했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22대 국회 개원식 겸 9월 정기국회 개회식을 진행했다. 22대 국회가 출범한지 95일 만이다. 4·5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각각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선다. 9일부터 12일까지는 대정부질문이 실시된다.

상임위원회별로는 예산·법안 심사 등을 진행한다. 국민의힘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민생경제·저출산·의료개혁 등 6개 분야 170건의 주요 법안을 공개했다. 민주당도 경제·인구소멸 등 분야의 법안 165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는 법안 심사를 거쳐 26일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본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방송4법 △노란봉투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의 재표결이 함께 이뤄질 예정이라 여야 격돌이 예상된다.

10월7일부터 25일까지는 국정감사가 실시된다. 국정감사에서는 △김건희 여사 각종 의혹 △동해 유전개발 관련 의혹 △해병대 채 상병 사건 특검법 등을 두고 여야가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 외에 ‘2특검(채 상병·김 여사 특검법)·4국조(채 상병·양평고속도로·방송장악·동해 유전개발)’ 추진 입장도 내놓은 상태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립도 전망된다. 야당은 정부 예산의 대대적 칼질을 예고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대로 현미경 심사에 돌입할 것”이라며 “부자감세를 저지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악소리’ 날 만큼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는 22대 국회 개원 첫 날부터 윤 대통령의 개원식 불참 소식을 두고 이미 격돌했다.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은 1987년 개헌으로 출범한 제6공화국 체제에서 처음이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게 협치인가”라고 했다. 전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검·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이후 대통령을 초대하는 게 맞다”며 “(야당이) 대통령을 불러다 피켓시위를 하고 망신주기를 하겠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국민권익위원회 국장급 간부 사망을 두고 김 여사를 향해 ‘살인자’라 주장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31일 윤 대통령이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 운용 계획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을 찾았을 땐 민주당 의원들이 야유를 보내거나 ‘노룩 악수’를 했다. 관례상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면 여야 막론하고 국회의원 전원이 기립해 맞이한다. 강성희 전 진보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연단에 서자 ‘D-160 반드시 무너뜨린다. 피눈물 난다. 서민부채 감면’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윤석열정부가 ‘계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미확인 소문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1일 여야 대표 회담에서 ‘계엄령’을 주장했다. 천준호 전략기획위원장은 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정부 시절에도 실제로 계엄 검토가 있었고 준비됐다고 하는 게 나중에 밝혀졌다”며 “이 정권에서도 어딘가에서 그런 고민·계획을 하고 그걸 기획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계속 제보를 듣고 있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 준비 근거를) 차자 알게 될 거라는 건 너무 무책임한 얘기다. 내 귓속에 도청장치 있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며 “(민주당 주장이) 거짓말이면 국기문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 대표) 판결 선고 날짜가 가까워지니 눈에 헛것이 보이는 게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나경원 의원은 1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박근혜정부가) 계엄을 검토했다는 소위 기무사 계엄문건 사건은 단 1인도 기소 못 하고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고 꼬집었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