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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이고 의도적으로 만든 성격은 원래 나의 내면에 있던 내향적 천성과 부딪쳤고 내 마음에 두 개의 상반되는 세계관이 공존하는 모순을 형성해 냈다. 무엇도 믿지 못하는 내부적 불안과 외부 세계의 인정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욕망이 늘 충돌했다.
그러나 외적 욕망이 달성되면 영혼이 천박해진 것 같은 환멸과 수치심을 나는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혼자만의 세상으로 돌아오지만,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것 같으면 이내 초조하고 불안했다. 이러한 나의 분열은 성인이 되어서도 무한 반복적으로 부딪치며 끊임없이 나를 인간관계의 위태로운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나는 아버지 곁을 떠나는 것 말고는 길을 몰랐다.
“서울로 가겠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나는 서울 소재 문과대학의 입학허가서를 아버지 앞에 내밀었다. 달봉은 힐끗 나를 볼 뿐 말이 없었다.
“너는 왜 말이 없어?”
오히려 아버지가 채근했다. 그때 달봉이 아버지 앞에 내민 것은 신학대학 합격 통지서였다. 나는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내가 집을 떠나는 것과 동시에 달봉의 방황도 끝이 났다. 이후 달봉은 아버지와 늘 함께했다.
내가 마음속으로 진작 버린 아버지였지만 그제야 비로소 나는 의심할 바 없이 아비에게서 완전히 버려진 탕아였다. 떠난 뒤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서울에 올라올 때 다시는 내려가지 않으리라 다짐한 건 아니었다. 통장으로 학비와 용돈을 보내줄 뿐, 아버지는 한 번도 내려오라고 하지 않았다.
이보다 더한 배신과 부정은 있을 수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다 보니 오기가 생겼다. 서울까지 날 보러 오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명절이나 어머니 기일에는 내려오라고 하겠지. 그러면 가리라. 하지만 “네 마음이 원할 때 오너라”
할 뿐, 독촉한 적 없었다. 더러 문자메시지나 편지로 달봉이가 아버지와 교회의 소식을 전해 왔지만 나는 답장하지 않았다.
달봉은 노래를 썩 잘 불렀다. 어려서 설교단 위에 올라가 탁종을 흔들며 개다리춤을 추고 노래하던 달봉은 중학생이 되자 어디서 주웠는지 다 낡은 기타를 끌어안고 다녔다. 어깨까지 머리를 늘어뜨릴 만큼 기르기도 했고 멀쩡한 청바지를 가위로 난자해서 입고는 껄렁거리며 시장통을 쓸고 다니기도 했다. 학생부에 끌려가 긴 머리를 잘릴까 봐 결석을 밥 먹듯이 했고, 출석 일수가 모자라 졸업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담임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던 달봉이었다. 굶어 죽더라도 서울로 올라와 록그룹을 따라다니겠다고 하면 했지 설마 달봉이 목사가 될까, 상상하지 못한 이유였다. 내 사량으로는 계산이 떨어지지 않는 녀석이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달봉에게 물었다.
“이것이 네가 원하는 게냐?”
그러면 달봉은 당연하다는 듯 “네” 하고 대답했다. “그래도 졸업장은 받거라.” 할 뿐, 아버지는 그 이상 꾸중하지는 않았다.
내가 서울에 올라간 그해 여름, 달봉은 이웃 도시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에 나가서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고 장원을 했다.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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