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는 줄리언 반스가 평생에 걸쳐 답하고 이해하고자 했던 주제를 지금껏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관계의 역학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반스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당시 학원 소설이 유행했다. 반스는 이를 보며 결코 그런 소설은 쓰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는 엘리자베스 핀치 교수와 학생 닐의 이야기를 통해 40년 동안 골몰했던 문학의 주제 의식을 더 깊고 더 도전적으로 펼쳐내기에 이른다.
두 번의 이혼을 겪으며 삶의 결핍을 느끼던 닐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강좌에서 엘리자베스 핀치 교수를 만난다. 핀치는 특별한 교수였다. 상대를 조금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 그들의 작은 생각을 흥미로운 것으로 바꿔주는 ‘어른’이었다.
닐은 자신보다 훨씬 똑똑한 그녀를 흠모하며 졸업 후에도 약 20년간 만남을 이어간다. 둘은 75분이라는 정해진 시간 동안 함께 점심을 먹으며 철학과 역사에 대해 깊이 토론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핀치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닐은 그녀가 평생 써온 서류와 노트들을 유품으로 전해 받는다. 닐은 여기에 어떤 신호가 있다고 느끼며 이에 대해 진지한 탐문을 해나간다. 그러면서 점점 예상치 못했던 진실에 다가가는데….
닐에게 엘리자베스 핀치는 ‘조언하는 벼락’이었다. 그러나 닐은 핀치를 회고하는 과정에서 그가 자신의 고집스러운 기억에만 존재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우연이 틈입하는 이 세계에서 더 잘 이해했다고 믿는 이의 생각은 얼마나 무력한지, 역사는 왜 해석에 불과한지 끈질기게 되짚으며 성찰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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