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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소를 타고 노는 것이 꿈이었다. 소는 농가의 보배였다. 요즘의 경운기나 다를 바 없었다. 소가 있는 집안은 그래도 잘 사는 집에 속했다. 농사를 지을 때면 소에 쟁기를 매어 “이랴 이랴” 하면 가고, “워 워” 하면 소가 멈췄다. 어쩌면 그리도 말을 잘 알아듣는지 궁금했다.
쟁기질을 할 때 두 마리 소에 쟁기를 끌게 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을 ‘겨리질’이라고 한다. 보통은 한 마리가 끄는데, 조금 넓은 논이나 돌이 많은 밭을 갈 때면 소 두 마리에 쟁기를 매어 끌게 했다. ‘겨리’는 소 두 마리가 끄는 쟁기이다. 이때 겨리를 끄는 소를 겨릿소라고 한다.
‘겪다’는 원래 ‘여러 사람을 청하여 음식을 차려 대접하다’라는 의미였다. 예문으로는 “그즈음만 해도 아직 옛날과 다름없이 할아버지께서는 사랑에서 나그네를 겪으셨고, 그러자니 시인 묵객이 끊일 새 없이 찾아들곤 하였다.”(김동리 ‘무녀도’)와 같은 것이 있다. 이 말의 의미가 확장되어 ‘당하여 치르다’의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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