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취약계층 불법사금융 유혹서 구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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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25 00:02:30

올해 들어 매달 보이는 기사 제목이 있다. 바로 ‘카드론 역대 최대치 경신’이다. 카드대출 상품 중 하나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은 올 1월부터 잔액이 매달 급증하고 있다. 8월에도 그러했다. 지난달 말 신한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1조831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한 달 전인 7월 말(41조2266억 원)과 비교해 약 60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카드론은 카드 발급자라면 별도 심사 없이 간단히 이용할 수 있지만 평균 금리가 연 14~15%로 높아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상환하는 경우도 적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카드사에서 다시 대출받는 대환대출은 지난달 말 1조9166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3000억 원 가까이 증가했다.

또 다른 불황형 대출인 보험계약대출도 증가세다. 6월 말 기준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70조2000억 원으로 1년 전(68조9000억 원)보다 1조3000억 원 증가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별도 심사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지만 금리가 4~6%로 담보대출치곤 높고 자칫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어 ‘최후의 보루’ 대출로 여겨진다.

불황형 대출을 찾는 중저신용자들이 늘어난 것은 고금리 및 경기 불황으로 급전이 필요한데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1금융권인 은행은 대출 장벽을 높였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KB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 11곳의 일반신용대출 취급 신용점수는 평균 911.7점으로 작년 말(896.5점) 대비 15점 이상 올라갔다. 신용평가사에서 구분하는 고신용자 기준이 3등급(신용점수 832~890점)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700점 이하 중저신용자에게 은행 대출은 언감생심이라고 볼 수 있다.

2금융권인 저축은행은 대출 공급을 줄이고 있다. 저축은행 38곳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1조1031억 원으로 1분기 말(1조1608억 원)보다 4.9% 감소했다. 신용점수 500점 이하 차주에게 가계신용대출을 내준 저축은행도 79곳 중 단 3곳에 불과했다.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도 작년 말 12조5146억 원으로 같은 해 상반기보다 2조 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언제까지 불황형 대출로 버틸 수 있느냐다. 카드사·보험사가 카드론·보험계약대출을 봉쇄하는 순간 중·저신용자들이 기댈 수 있는 데는 없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카드론을 급격히 확대한 카드사 3곳에 리스크관리 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결과에 따라 카드론 공급을 줄일 수 있는 사안이다. 보험사 일부는 이미 보험계약대출 판매를 중단하거나 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할 경우 중·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대거 이동할 수도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6~10등급)는 최대 9만1000명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1년 전(최대 7만1000명)보다 2만 명 이상 불어난 규모다.

예방이 중요하다. 불황형 대출에 의존하는 중·저신용자들이 급전을 위해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금융권 대출 공급 및 채무조정 지원이 필요하다. 금융사의 건전성 관리도 중요하나 그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금융 취약계층이 많다는 점도 금융당국이 인식했으면 한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