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등 등 세계경제에 미칠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해 미사일 200여 발을 1일(현지시간)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는 친 이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폭사했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테러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정면충돌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이스라엘은 “우리가 결정하는 장소와 시간에 보복할 것”이라며 응징을 천명했고, 이란은 이스라엘이 보복하면 또 다시 반격하겠다고 경고해 중동 전역이 일촉즉발의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더구나 이스라엘이 이란 내 석유 시설을 직접 타격하면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것은 불 보듯 훤하다. 이스라엘이 석유 생산시설과 수출시설을 공격할 경우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석유 생산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 지역 분쟁이 고조될 경우 이란의 대리 세력인 예멘 반군 후티와 이라크 민병대가 중동 산유국,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를 향해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석유 생산시설이 타격을 받고, 이란이 세계 석유 공급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할 경우 ‘유가 천정부지’라는 공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금융시장에 극단적 위험 회피 상황이 전개될 공산도 크다. 그 결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뛰고 성장률도 꺾이는 등 심각한 경제적 충격파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약 20만 원)까지 뛰고 세계경제도 침체를 피하지 못하리란 관측이다.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욤키푸르 전쟁)으로 석유 파동이 일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초래된 전례가 있다. 글로벌경제는 가뜩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해 취약해져 있는 상태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나서 중동에서 긴장 고조가 이어지지 않도록 휴전을 중재하길 촉구한다.
여하튼 한국 경제엔 비상이다. 근래 코로나19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에서 회복 기미를 보이던 우리 경제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국제유가 급등은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이어져 무역수지에 부담을 주고 경제성장을 훼손할 수 있으니 위험에 대비한 적극적 행동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석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교역의 99%를 해운에 의존한다. 호르무즈해협은 원유 수입의 72%를 차지하는 요충지다.
중동 발 공급망 위기는 유가·물류비 상승을 촉발시킬 게 뻔하다. 국제유가 상승은 세계경제를 고유가와 고물가·저성장의 늪으로 몰아넣는다. 정부는 중동 발 공급망 혼란과 2차 물가파동에 대비해 민간과 힘을 합쳐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특히 사태의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경제·안보 등에서 빚어질 사태에 시나리오별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두고 경제정책 불확실성을 낮추는 정책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 물가상승과 경기침체에 취약한 계층은 저소득층과 업력이 낮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다. 우선적인 정책은 위기에 취약한 부문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위기로 진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거시경제 안정화·금융 안정·수출 회복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잠재성장률 제고·생산성 향상·규제 개혁 및 해소 등은 긴 호흡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경고등이 켜지고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위급한 상황이다. 신 오일쇼크에 단계별로 촘촘한 대비책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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