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둘러싼 한미 간 갈등 표출이 심각하다. 이재명 정부 임기 내인 2028년 환수를 목표로 한 정부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근 워싱턴에서 미국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가 주최한 제2회 인도·태평양 정상회의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 등 안보 환경이 달라진 만큼, 바뀐 조건·기준에 부합하는 군사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도화된 핵 무력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거론하며 조건이 변했고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기존 합의한 조건 충족뿐 아니라 바뀐 안보 환경에 대응할 능력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가이드라인이나 사전 교감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선 미국 측의 공식 확인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미가 조율 중이던 전작권 전환 조건과 시기 문제를 두고 양국 간 입장차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나온 현직 4성 장군의 연쇄 발언이라 상징성이 작지 않다.
브런슨 사령관은 북한의 군사 능력 발전부터 지속 지원, 전력 방호, 전쟁 지속 능력, 상호 운용성, 전작권 전환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문제들을 제기했다. 이건 단순한 미국 장군의 개인적 견해가 아니다.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고 억제 실패 때 한‧미 연합군을 지휘해 싸워야 할 책임이 있는 현직 사령관의 전문적 판단인 점에 비춰 그의 말을 소홀히 할 수 없다. 한반도 안보 현실을 적시한 것이다.
사실 현재 한반도 안보 환경은 복합적인 위기 요인들로 인해 거대한 전환기와 중대한 시험대에 직면해 있다. 북한은 날로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능력을 배경 삼아 대남 공세를 강화하면서 남북 관계 자체를 사실상 적대적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핵심축인 확장억제의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과 연합훈련 축소 압박, 여기에 전작권 전환 문제까지 복잡하게 맞물리며 안보 정세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은 이러한 확장억제의 틈새를 파고드는 핵심 변수다. 특히 최근 대(對)러 군사협력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전 병력 파병은 외교·군사적 활로를 다변화해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의 궁극적 지향점은 한미동맹의 물리적 약화가 아닌 동맹 내 균열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은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한‧미는 한국군이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군을 지휘할 역량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의 3단계 검증 절차 가운데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올해 완전운용능력 검증을 마치고 이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 올려 양국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를 양국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한‧미 군사 당국 수준에서 이견이 계속되면 양국 국방장관, 대통령 차원의 정치적 결단 같은 ‘톱다운 방식’의 해법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말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 강신철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간 협의, 다음 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한‧미 정상 간 협의가 있을 수 있다. 한‧미 간 냉철한 정세 분석 위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결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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