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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역할이 경제 안에서 만들어진 재화와 용역을 구매하는 소비적 소비자에서 기업과 소통하며 제조와 판매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동적 소비자로 변화했다는 말이 나온 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들이 상품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쉬워졌고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한 소비자운동 역시 활발해졌다. 이에 스카이데일리가 소비자주권 시대의 선봉에 서서 적극 투쟁하는 시민단체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실을 찾았다. 인터뷰 시작 전과 인터뷰 진행 중에도 끊임 없이 자료를 정리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인터뷰에는 △신철원 기획부장(43) △곽도성 정책팀장(43) △이동건 정책부장(33) 등 3명이 참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 시민을 위한, 소비자 시민의 의한, 소비자 시민의 운동’을 전개해 소비자의 권리를 정치·사회·경제적으로 확립하기 위한 단체다. 소비자 시민의 기본 권리인 △안전할 권리 △알 권리 △선택한 권리 △의견을 반영할 권리 △피해를 보상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결사하고 행동할 권리 △쾌적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 등 8개 항목을 충족시키기 위한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실생활 밀착 소비자운동으로 소비자 의견 반영 제품·정책 유도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기존 시민단체들이 소비자 이슈에 대해 거시적으로 다루던 것을 넘어 식품이나 자동차와 같이 생활과 밀착된 부분을 고발하고 공론화한다.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 제품이 나오고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게 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이전에는 시민운동이 사회 민주화나 재벌 같은 거대 담론에 치우쳐 있었는데 민주화 이후에는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됐어요. 세상이 변하면서 큰 담론보다는 좀 더 섬세하고 소비자 하나하나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졌다는 생각에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를 만들게 됐어요”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이나 기업이 개선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다양한 통로로 전달받아 보도자료 또는 성명을 발표하고 가끔은 기업과 직접 소통하기도 한다.
이동건 정책부장은 금융사들이 잘못했을 때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데 이걸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적어서 제대로 알리기 위해 소비자운동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금융상품 등의 불완전판매도 있고 보험도 문제가 많아요. 약관을 설명한다고 하지만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렵게 꼬아 놓기도 하고요. 투자회사나 사모펀드는 개인이 투자하면 손실 위험이 있을 수 있는데 설명을 잘 안 하거든요. 최근 홍콩 ELS 사태만 봐도 은행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을 상대로 원금이 보장된다고 하면서 팔았는데 손실이 생겼잖아요. 그런 것들을 다루고 있어요.”
신철원 기획부장은 일반 회사에 다니다가 우연히 기회가 닿아 소비자운동을 시작했다.
“이전부터 사용하면서 불편하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으니 소비자운동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죠. 제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실제로 반영이 되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요.”
곽도성 정책팀장은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하면서 개인 간의 송사보다는 사회 제도적인 부분을 더 다루고 싶다는 생각에서 소비자운동에 몸을 던지게 됐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이나 대규모유통법 같은 경우 개개인이 해결하기 힘든 사례가 많아서 그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해요. 그럴 때 저희 단체가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을 느꼈어요.”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이전에 했던 주요 활동에 대해 물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온라인 플랫폼 알리와 테무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처음으로 고발했으며 슈링크플레이션(식품 등의 제품 가격은 유지하며 용량을 줄여 실질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에 대한 공론화를 오랫동안 진행해 왔다.
또한 SKT의 로밍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의견을 종합해 인하를 요구했고 이후 KT와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들도 요금을 인하했다. 지금은 애플의 인앱결제 정책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주요 구성원들이 진행한 활동 중 인상적이었던 건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동건 정책부장은 보험사의 부당한 처사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성과가 제한돼 아쉬웠던 일에 대해 언급했다.
“예전에 한 보험사에서 정당하게 받아야 하는 돈이 있는데 받지 못했다는 제보가 온 적이 있었어요. 상황을 따져 보니까 반드시 100% 받아야 하는데 받지 못했으니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성명을 발표했어요. 몇 주일 지나서 그분이 돈을 받았다고 해서 기분은 좋았지만 결국 한 분 말고는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제대로 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거잖아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했어요.”
“이익 남는다고 요금·가격 안 내려… 정부가 적극적 개입해야”
다음으로 현재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중점적으로 보는 사안이 무엇인지 물었다.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과 통신사 요금 등이 주요 과제로 꼽혔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들이 중요한 경제 주체가 되면서 독과점 형태를 취하게 됐어요. 예를 들면 쿠팡이 자사 제품을 노출시키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었는데 더 비싼 쿠팡 물건을 사게 되잖아요. 배달 플랫폼 때문에 소비자나 입점 업체 부담이 늘기도 하고요. 이런 것들이 문제라고 하는 사람은 많지만 법적 장치가 없다 보니 제재가 되지 않고 있어요.”
곽도성 정책팀장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사업자의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플랫폼상 시장지배적사업자는 1개 기업의 점유율이 50% 이상이다. 그러나 플랫폼 업체들은 눈에 보이는 점유율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이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기준에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사업자들이 쿠팡에서 팔아야 장사가 된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영향력은 더 커지잖아요. 시장점유율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정량적인 기준이 필요한 건 사실이고, 그 관점에서 지금 기준은 좀 높다고 할 수 있죠.”
신철원 기획부장은 통신사들이 저가 요금제를 내걸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가격이 너무 높다고 지적하며 추가적인 인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사들이 이미 투자가 끝났다고 하잖아요. 그럼 비용이 많이 떨어졌다는 건데 소비자들이 지금 같은 수준의 요금을 계속 부담하는 게 맞냐는 거죠.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멤버십 혜택을 없애거나 약정할인율을 조정한다고 가정해서 계산하니 20~30% 정도 더 내릴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20~30% 인하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소비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첫 번째고 다음으로 언론과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개별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제보해야 해요. 개별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참고 넘어가게 되는데 다른 사람도 피해를 볼 수 있거든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해요. 그다음에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그 목소리를 듣고 반응하면 변화로 이어지겠죠.”
“앞서 언급한 통신사를 예로 들면 누군가가 통신사가 이익이 남으면 요금을 내릴 거라고 이야기했고 편의를 봐 줬는데 안 내렸잖아요. 기업이 이익이 남는다고 해서 소비자들을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니까 정치권에서 압박하거나 법적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어요.”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들은 정보의 불균형 문제와 기업 윤리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업 윤리를 확립하기 위해서도 소비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은 상품을 통해 소비자들과 소통하는데 만드는 사람은 그 안에 뭐가 들어가는지 알지만 소비자는 잘 모르잖아요. 소비자들이 자기가 사는 모든 물건에 대해 전문가도 아니고요. 정부가 어느 정도는 확인하지만 완벽하게 되지 않아요. 기업이 윤리의식을 가지고 정보의 비대칭을 부당한 이익으로 연결시키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건 이상론이고 소비자들이 기업이 윤리적인지 항상 감시하고 상품 구매 기준으로 삼아야 해요.”
마지막으로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궁극적 목표에 대해서 물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들은 소비자단체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알아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고 소비자를 존중하고 법적인 장치도 만들어 준다면 굳이 우리 같은 소비자단체가 소비자의 의견을 들어 달라고 나서지 않을 거예요. 그런 세상이 올 때까지 노력할 거예요.”
“어떤 물건을 사든 간에 소비자가 이 물건 때문에 손해 입지 않을까 하는 생각 없이 편하게 사는 게 좋잖아요. 그러지 못하는 기업이 있어서 저희가 있는 것이고요. 모두가 마음 편히 소비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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