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CG 정상회의 바이든 불참… 맥빠진 젤렌스키 ‘승리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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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부터 獨 람스타인 미군기지에서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정상회의

우크라, 러 본토 타격 위한 ‘스톰섀도’ 허용 설득 암초
美, 허리케인 236조 원 규모 수습 등 국내문제 시급
트럼프 당선 시 무산… 11월 대선前 성사에 총력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09 19:21:38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2~23일 유엔 총회 참석 차 미국을 방문해 26일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했다. 첨단 무기를 동원한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 여부가 핵심인 젤렌스키의 '승리계획'은 10일(현지시간)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정상회의에 바이든이 태풍 피해 등 국내문제로 불참하게 돼 사실상 실현 불가능해졌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위한 회의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진행 중인 허리케인 피해가 23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자국민을 먼저 챙겨야 할 상황에 몰린 것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바이든은 당초 10일부터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정상회의 참석차 나흘간 독일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며, 이들이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 모여 논의할 핵심 안건은 장거리미사일(스톰 섀도) 허용 여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20개국 정상들에게 전쟁 ‘승리 계획’을 설명할 참이었다. 미 대선이 한 달도 안 남았고 주류 언론 보도나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의 우위가 감지되는 가운데 바이든 불참으로 러시아 본토를 향한 장거리미사일 타격에 필수적인 미국 측 승낙을 얻어낼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날아간 셈이다.

서방이 제공한 장거리미사일 스톰섀도 등으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공격하게 해달라는 게 젤렌스키의 승리계획 골자다. 영국이 이미 스톰섀도 사용 허가 의사를 전하고 미국 동의를 구했으나 응답을 못 얻었다. 스톰섀도는 영국·프랑스 공동 개발이지만 일부 부품이 미국산이며 미 국방부가 GPS위성항법시스템을 운용한다. 젤렌스키의 계획은 미국 정부 승인 없인 실현 불가능한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전쟁을 둘러싸고 가장 주목받는 무기 스톰섀도란 사거리 250km의 장거리 공대지 순항 미사일이다. 하나에 100만 달러, 우리 돈 13억 원 이상의 초고가품이지만 초저공으로 날면서 레이더 탐지를 피해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러시아 후방 기지 타격에 쓰도록 해달라는 젤렌스키의 거듭된 요청에 영국이 우크라이나 영토 내 조건을 내걸고 승락했으나 최근 백악관에서 만난 영·미 정상은 결론을 못 냈다.

지난해 크림반도의 러시아 흑해 함대 사령부 타격 때 스톰섀도 위력이 발휘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건넨 미사일이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되면 러시아와 나토 간 전쟁을 의미한다고 단언해 왔다. 서구인들에게 1·2차 세계대전 악몽은 여전히 생생하다. 탈냉전 이후 한동안 잊혀졌을 뿐이다. 3차 세계대전 가시화, 핵탄두 최다 보유국인 러시아(5890개)의 선택에 따라 인류 공멸급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미 대다수 유권자들 이익과 무관한 전쟁인 우크라이나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쓴다면서 바이든정부를 맹렬히 비판한 게 트럼프다. 특히 두 번째 트럼프 암살 미수가 열렬한 우크라이나 지지자에 의해 것이어서 우크라이나에 이해관계를 함께한 미 다국적 기업, 민주당 및 공화당 일부 글로벌리스트의 직·간접적 연계를 의심하는 시각마저 제기됐다. 더구나 현 태풍 이재민 구호를 계기로 연방재난관리청(FEMA) 예산을 불법이민자들 뒷바라지에 소진했다고 알려져 민심이 들끓고 있다. 바이든정부의 우크라 추가 지원은 더 어려워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선 이번 회담이 정상급으로 격상된 첫 UDCG 회의라는 점을 지적했다. 본래 UDCG란 우크라이나 지원 전략 논의를 위한 50여개국 장관급 협의체였다.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불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분명하다”며 완곡한 표현을 했지만 속뜻은 오히려 분명하다. 한치라도 더 러시아 땅을 차지하거나 치명적 타격을 입힌 후 협상에 나서는 것, 이것만이 유일한 돌파구인 젤렌스키의 선택지가 무효화됐다는 뜻이다.

헬렌에 이어 허리케인 밀턴이 시속 230㎞ 강풍을 동반한 채 미국 플로리다를 향하고 있다. 지난 100년 이래 최악의 폭풍일 것으로 예측돼 바이든은 국내 수습이 다급하다. 장거리미사일을 허용하기도 안 하기도 난처한 대면 상황을 모면하게 해 줬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바이든을 위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UDCG 회의 일정 재조정 의사를 드러내자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3개월은 길지 않다”고 답했다. 내년 1월20일까지인 바이든 잔여 임기 내 일정을 다시잡기가 어려울 것이란 점을 빌어 ‘참석 의사 없음’ 내지 ‘참석 불가’ 입장을 에둘러 표명한 것이다.

한편 젤렌스키는 앞서 소셜미디어(SNS) 글을 통해 이번 회의에서 동맹에 러시아의 미사일을 더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패트리엇 방공시스템 추가 제공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가장 필요한 것은 모든 곳에서 방공 능력을 강화해 러시아의 테러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더 늦기 전에 우크라이나의 간절한 요청을 들어주자는 목소리가 없지 있다. 반면 이른바 게임체인저로서 전황을 확실히 뒤집을 보장이 없으면서 확전 리스크를 떠안아야 할 결정을 하긴 어렵다. 지난달 말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도 결론을 못 냈다. 미국의 태풍 피해가 젤렌스키 꿈까지 완전히 좌절시킨 모양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