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국민연금은 韓주식 비중 늘려 밸류업 주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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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14 00:02:30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저마다 자기 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한국 주식시장 부진의 원인을 해석하며 옥신각신했다. 여당 의원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유예에 따른 불확실성을, 야당 의원은 물적분할 및 사외이사 거수기 현상 등 기업 지배구조 불투명성을 원인으로 꼽으며 당국에 개선을 요구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주요국보다 저평가받고 있다는 현실이다. 한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코스피는 올해 들어 11일까지 약 9개월간 2%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S&P500‧나스닥이 20% 이상 오른 것과 대비된다.

일본(닛케이225)과 대만(자취안) 주요 주가지수도 각각 18%‧27% 올랐다. 심지어 전쟁 중인 이스라엘(TA-35) 증시도 12% 넘게 상승했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5%(OECD 9월 기준)로 0~1%대인 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국을 웃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아하다.

누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물을 던졌을까. 개인이 6조 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관이 5조9000억 원으로 두 번째였다. 눈에 띄는 점은 연기금의 ‘팔자’ 행진이다. 연기금은 올해 들어 1조 원 이상 팔아치웠다. 국민연금 등 공적 기관이 정부에서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외면한 셈이다. 밸류업 지수 편입 100개 종목에 대해서도 연기금은 1138억 원(4일 기준)을 순매도했다.

연기금에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한국 주식에 투자해 봤자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운용수익 등을 통해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속 지급해야 하는 기관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실제로 연기금 ‘큰손’인 국민연금의 2021~23년 국내주식 운용수익률은 0.21%에 그쳤으나 해외주식 수익률은 11.96%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은 2020년 말부터 올 7월까지 전체 자산에서 국내주식을 20조 원 줄인 반면 해외주식은 200조 원 가까이 늘렸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연금 등이 국내주식 투자금액을 늘려 국내 주식시장을 끌어올려야 한다. 1100조 원 이상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밸류업에 적극 참여한다면 운용수익‧밸류업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을 떠난 개인이 돌아올 가능성도 크다.

성공 사례는 있다. 일본 공적연금(GPIF)은 자본시장 개혁인 밸류업 프로그램 과정에서 자국 주식 보유를 확대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말 13조4000억 엔(비중 11.5%)이던 GPIF의 일본 주식 규모는 지난해 말 55조8000억 엔(24.7%)으로 약 4배 불어났다. 이를 통해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0년간(2010~2023년) 1만229p에서 3만3464p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밸류업 성패가 한국의 자본시장을 좌우할 수 있다. 밸류업으로도 국내 주식시장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투자자들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더 돌릴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국내 주식에 투자해도 자산을 증식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 연기금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