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건설업계 위기 속내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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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상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7 00:02:30

“다음 주부터 나오지 말라.” 이 한마디가 수많은 건설 근로자들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계약직 근로자들과의 재계약을 거부하거나 정규직 직원들조차 유급 휴직과 급여 삭감의 압박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건설업계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고 국가경제 전반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위기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주요 건설사들의 계약직 인원은 작년 대비 약 20% 감소했다. 이는 신규 수주 감소와 기존 프로젝트 종료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9월 기준 국내 건설업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4.6%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로 건설업 고용 시장이 심각하게 위축되었음을 보여 준다.

고용노동부 자료는 이러한 위기의 심각성을 더욱 명확히 보여 준다. 올해 11월 기준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1만7000명이 줄어 76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9만 명에 달했으며 이 중 건설업 종사자가 1만34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00명 증가했다. 이는 건설업이 단순한 경기침체를 넘어 구조적인 고용불안에 직면했음을 시사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축공사 수주액은 작년 대비 28.2% 급감했으며 올해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 수는 작년의 두 배를 넘어섰다. 특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1조 원 줄어 25조4000억 원으로 확정되면서 공공발주 물량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어 중소 건설사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에 닥친 위기는 단순히 수치로만 설명할 수 없다. 이는 고용 안정성의 약화‧산업 경쟁력 저하‧국가경제 전반의 둔화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는 복합적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 격언이 떠오른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현재 건설업계는 ‘혼자 빨리 가기’에 몰두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이라는 단기적 처방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산업 기반을 더욱 약화시키고 지속 가능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은 본질적으로 협업과 연대를 통해 운영되는 산업이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설계부터 시공 및 관리까지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야만 완수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구조조정 중심의 위기 대응은 업계 전반의 협업 구조를 훼손시키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잃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건설업계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기술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친환경 건축 기술과 스마트 건설 설루션 같은 차세대 산업으로의 전환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핵심 열쇠다. 이를 통해 건설업은 단순한 경기부양책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업의 위기는 단순히 한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경제와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 생존 전략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다. 혼자 가는 길보다 함께 가는 길을 택해야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임한상 차장대우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